"슬라이더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비결이요? 그것까지는 못 가르쳐드려요".(웃음)
팀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젊은 우완은 스파이크 끈을 확실히 동여맸다. 어느덧 프로 5년차 우완이 된 임태훈(23. 두산 베어스)이 2011시즌 확실한 명예 회복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향해 달릴 채비를 갖췄다.

2007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이용찬과 함께 두산 1차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임태훈은 데뷔 시즌부터 필승계투로 활약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뒤 줄곧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로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극심한 허리 통증 속에서도 선발-계투를 오가며 9승을 올렸다.
평균 자책점이 5.30으로 높아 성공적 시즌은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분투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공헌하며 귀중한 병역 특례 혜택을 얻었고 선발 등판 경험을 쌓아가며 새 구종을 장착하기도 했다. 아픔 속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한 해다.
지난 20일 팀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오이타현 벳푸 시민구장서 만난 임태훈은 긍정적 사고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허리님 버텨주세요"라는 글귀를 모자 챙 안쪽에 적어놓으며 팬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던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생각났다.
모자 안쪽을 볼 수 있는지 묻자 임태훈은 흔쾌히 모자 챙 안쪽을 보여주었고 그의 새 모자에는 'attention to overbearing me'라고 적혀 있었다. 스스로를 압도하는 극기(克己)에 집중하겠다는 각오가 나타났다.

"지금 허리가 완전히 나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통증을 갖고 있고 또 참아내면서 운동을 하잖아요. 영화배우 마동석 형님이 허리 치료를 잘해주는 한의원이 있다고 추천해주셨는데 캠프가 끝나면 그 쪽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올 시즌 임태훈은 바라던 보직이 아닌 셋업맨이나 마무리로 뛸 가능성이 크다. 우승에 집중하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전략 아래 가장 익숙한 보직을 소화할 예정으로 바라던 선발 보직의 꿈을 잠시 접어두는 셈. 지난해 선발 평균 자책점 5.20에 그친 임태훈이지만 그는 8월 한 달간 5경기 4패 동안 평균 자책점 3.77로 호투했다.
가장 최근 페넌트레이스 선발 등판인 지난해 8월 28일 한화전서 임태훈은 7이닝 5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4개)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으나 타선 지원이 빈약해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선발 꿈을 잠시 접어둔다는 점이 아쉽지 않은 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나가서 던진 기록이 좋아도 상대 투수가 더 잘 던졌으니 패한 것입니다. 비로 경기 중 두 차례 지연되었던 날(8월 5일 잠실 롯데전 6이닝 4피안타 3실점 패)에도 상대 선발 김수완이 우천 지연 속에도 저보다 더 잘 던졌으니까요. 프로페셔널은 핑계 없이 실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만큼 좋은 기록을 올리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할 수만 있다면 보직은 상관없어요".
새로운 무기도 확실히 갖추고 준비 중인 임태훈. 지난해 켈빈 히메네스를 사사하며 싱커를 익혔던 임태훈에게 그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웃음과 함께 답변이 이어졌다. 아직 실전 경기서 꺼내지는 않았으나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꽤 자리잡힌 공이고 연습 때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어요. 실밥 한 줄만 잡고 던지는 이른바 원심(1 seam) 패스트볼이에요. 저마다 손에 맞는 구종을 채택해서 던지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리고 제 슬라이더 꽤 빨라졌어요. 비결이요? 그건 지금 못 가르쳐드립니다".(웃음)
프로 4년 간 두 번의 한국시리즈와 네 번의 플레이오프를 경험했지만 소속팀의 우승 기쁨을 누리지 못했던 임태훈. 여러가지 경험 속에 많은 것을 깨달으며 성장 중인 그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서 환한 웃음을 꿈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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