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증명하는 종목이 야구라고 하지만 두 선수의 궁합도와 자체 기량을 무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통산 73승의 경력을 자랑하는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를 시험할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그에게 거는 기대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선수단 훈련이 끝난 후 벳푸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만찬서 페레스의 경기 비디오를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밝혔다. 좌완 투수로서 갖춘 경험 외에도 화면에서 감독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를 직접 보고 입단을 타진하겠다는 뜻이다.

"2년 전 경기 영상을 보는 데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찌르는 제구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았고 투구폼이 부드럽더라. 34세의 나이라 전성 시절의 구위를 보여줄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연륜을 갖춘 투수는 구위로 윽박지르는 대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페레스에게도 그 모습을 기대한다".
테스트 사실이 미리 알려진 페레스는 오는 23일 벳푸 시민구장서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을 던질 예정. 2년 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는 불안 요소도 있지만 원하는 곳에 공을 제구하는 능력을 갖췄다면 분명 팀 전력에 커다란 상승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였다.
당초 외국인 우완 두 명의 가세가 유력했으나 얼마 전 페레스 측에서 지난 시즌까지 통역을 맡았던 이창규 마케팅팀 과장에게 "두산에 입단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히면서 테스트 장이 마련되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뛴 뛴 레스 왈론드의 요코하마 시절 경기 영상을 보고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팔꿈치 부상 재발 우려로 시즌 초반 자신있게 던지지 못한 왈론드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던 김 감독은 페레스의 공을 직접 보고 입단 여부를 확정지을 예정.
경기 도중 심판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는 등 '말썽꾼'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페레스지만 확실한 실적을 갖춘 페레스의 입단은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우완 더스틴 니퍼트와 관련지었을 때 분명 승산이 있는 카드다. 일단 페레스를 포함한 좌완 2명을 선발진에 포진시켜 우-좌-우 편대를 구축하는 동시에 상대팀과의 일정을 고려, 유연한 로테이션 운용을 노리는 김 감독의 1차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페레스는 니퍼트와 확실히 다른 색깔의 투수다. 던지는 손이 다를 뿐더러 구위가 인상적인 니퍼트와 달리 페레스는 코너워크 제구를 통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 감독은 영상을 통해 본 페레스의 부드러운 투구폼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주자 출루 셋포지션 시 퀵 모션이 느린 니퍼트보다 견제 능력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니퍼트가 갖추지 못한 세기를 갖추고 상호 간의 보완 효과를 발휘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선수 본인의 명성도 투수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페레스의 테스트 소식에 한 투수는 "우리 팀 좌완 굉장히 많아지는 구나"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또 다른 투수는 "정말 오는 건가"라며 놀란 마음에 반문하기도.
미꾸라지 양식장에 메기를 던져놓고 미꾸라지의 생동력을 높이는 '메기효과'처럼 팀 내 투수진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상대적 열세인 니퍼트에게도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우승을 목표로 삼으면서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2009년 말부터 "구위가 좋은 투수와 경험을 두루 갖춘 투수로 외국인 투수 편대를 구축한다"라는 기조를 세웠다. 구위가 좋은 니퍼트를 확보한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력에 있어 과거 호세 리마(작고, 전 KIA)에 버금가는 기록을 자랑하는 페레스의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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