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러브’와 ‘평양성’, 2011년 설 연휴를 공략한 두 편의 영화가 모두 공개됐다.
영화 ‘글러브’와 ‘평양성’은 각각 영화 ‘실미도’와 ‘왕의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명장 강우석 감독과 이준익 감독이 각각 연출을 맡아 그 완성도와 흥행 추이에서 관객과 평단의 관심이 모아졌던 작품이다. 공개된 두 작품 모두 웃음과 감동, 여기에 철학까지 버무리며 역시 두 감독 앞에 ‘명장’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음을 증명해 보였다.
먼저 20일 개봉한 영화 ‘글러브’는 스릴러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관객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었던 강우석 감독의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 피의 잔혹사가 근 2,3년 동안 충무로를 장악하고 있어 그 장르에 더 이상의 호기심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강우석 감독은 생애 최초로 전체관람가 등급의 담백한 가족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 ‘글러브’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충무로 안팎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를 가진 고교 야구단 아이들이 오직 1승만을 목표로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승패를 떠나서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여기에 11명의 신예들은 누구하나 빠질 것 없이 함께 온몸으로 부디 끼고, 뒹굴고 구르면서 실제 야구선수마냥 온몸이 까맣게 그을리고 근육은 더욱 탄탄해졌다. 이들이 3,4개월 동안 온몸으로 야구공을 맞으며 야구장을 누볐다는 것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기에 영화 ‘이끼’에서 살벌한 연기를 펼쳤던 정재영은 본래의 코믹 본능을 되찾아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정재영은 영화 ‘바르게 살자’ ‘김씨표류기’ 등에서 보여줬던 코믹감을 ‘글러브’에서도 적재적소에 살려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작품에 웃음과 재미를 살려준다. 여기에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로 안착한 유선 역시 아이들의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글러브’를 연출함에 있어서 영화적 기교를 최대한 자제했다. 스포츠 영화를 촬영하는데 어떤 스펙터클함과 다이내믹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잔기술을 쓰지 않았다. 여기에 고교 아이들과 정재영 그리고 유선이 함께 부대끼면서 서로 성장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가는 드라마에서도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하지 않고 담담히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런 담백한 연출력은 극의 막판에 억제할 수 없는 진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진짜 승자는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이들이 아니라 어떤 좌절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청주성심학교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린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평양성’을 앞두고 이 영화마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연출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공개적으로 밝히며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에 대해 스스로 채찍질을 가했다. 19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영화 ‘평양성’은 “역시 사극의 제왕”이라는 수식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줘 눈길을 끈다.
영화 ‘평양성’은 평양성을 둘러싸고 신라와 고구려의 기발한 전쟁을 그린 스펙터클 역사코미디이다. 총 제작비 80억의 확실히 더 커진 스케일과 웃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고구려가 지키고 있는 평양성을 사수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신라, 당나라, 고구려 모두 자국의 입장에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서로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은 기발하다 못해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평양성’의 전투신은 화려한 스케일뿐만 아니라 코믹함과 기발함까지 뭉쳐 가히 제작진들의 놀라운 아이디어를 엿보게 한다. 벌과 꿀을 이용한 싸움, 신라 병사들이 벌이는 쌀공격, 트로이 목마를 연상시키는 솥단지, 여기에 수많은 동물들과 쌀 포대기가 대포알이 되어 각 진영의 밤하늘 위로 날아다닌다. 하늘을 향해 쏘면 공중에서 폭발해 수십 개의 화살이 되어 날아가는 고구려 신무기 등 어떤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기발한 무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각 영화의 단독 주연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충무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하나하나가 명품이다. 신라의 국민 할배 김유신 역할의 정진영, 신라 병사 거시기 역의 이문식, 고구려 앞에 굴복이란 없다고 외치는 남건 역의 류승룡, 연개소문의 장남이지만 협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윤제문 등은 연기 톤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극의 중심축을 잘 잡아줄 뿐만 아니라 코믹 사극에 어울리는 유연한 코믹본능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선우선, 이광수, 강하늘 등의 배우들까지 모두 불꽃 튀기는 연기력 대결을 펼쳐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수의 충무로 관계자들은 영화 ‘평양성’과 ‘글러브’를 본 이후에 “역시 그냥 이준익, 강우석 감독이 아니었어!”라는 말을 하며 영화에 대한 호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관객들은 이들의 두 작품에 어떤 평을 쏟아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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