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양동근 전성시대' 도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22 07: 54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울산 모비스는 최하위였다. 디펜딩 챔피언의 최하위 추락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와 동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한 농구인은 말했다. "모비스는 언제든 치고 올라갈 힘이 있다. 양동근이라는 확실한 기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모비스는 최근 11경기에서 무려 8승을 쓸어담고 있다. 최근에는 5연승이다. 그 중심에 역시 양동근(30·181cm)이 있다.
▲ 물오른 공격력
요즘 라커룸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양동근 칭찬'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은 "최고 스타"라고 표현했다. "득점은 20점, 어시스트는 7개, 거기에 리바운드까지 5~6개씩 잡아낸다. 그것도 굴곡없이 꾸준히 그런 성적을 내는데 괜히 좋은 가드가 아니다. 올스타 중에서도 최고이고 현재 프로농구 최고 스타"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출장한 양동근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당 36분46초를 뛰며 평균 16.5점(국내6위) 5.5어시스트(2위) 2.6리바운드 1.5스틸을 기록 중이다. 이상민 이후 첫 올스타 최다득표의 주인공도 양동근이다.
특히 최근에는 슛 감각이 절정이다. 최근 5경기에서 평균 20.8점 4.2어시스트 2.4리바운드 1.8스틸을 기록 중인데 3점슛 성공률이 46.2%이며 야투성공률도 52.6%에 달한다. 가드로서 놀라운 공격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5연승 기간 동안 3~4쿼에만 평균 10.0점을 기록할 정도로 해결 능력이 있다.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도 "요즘 보면 완전히 물이 올라있다. 현재로서는 최고"라며 양동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남기 감독도 "모비스는 양동근이라는 해결사가 있어 팀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고 평가했다.
양동근은 "항상 슛은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올 시즌에는 슛 시도가 많아진 것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학 감독은 "원래 득점 욕심이 없는 선수였다. 주저주저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에는 과감하게 슛 던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모비스는 확실한 공격 옵션이 없는 상황. 그래서 양동근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4시즌 평균 슛 시도가 경기당 9.5회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13.0회로 늘어났다. 공격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위력도 상승했다.
▲ 강력한 수비와 허슬
그러나 양동근의 가치를 공격에만 제한할 수 없다. 양동근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서 비롯된다. 데뷔 첫 시즌부터 양동근은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하는 수비형 선수였다. 공격 부담이 늘어난 올 시즌에도 양동근의 스타일은 달라진 게 없다. 최근 양동근과 맞상대한 선수들은 철저하게 묶였다. 두 자릿수 득점은 지난 8일 서울 삼성 이정석이 올린 10점. 그 외에는 모두 한 자릿수로 양동근의 수비에 제압당했다. 모비스도 최근 5연승 기간 동안 평균 66.0실점의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창원 LG 강을준 감독은 양동근의 수비를 이렇게 비유했다. "양동근의 수비를 보면 마치 1대1 맞짱을 뜨는 것 같다. '너가 나 한 대 치더라도 난 바짝 달라붙어서 수비하겠다'는 그런 자세다. 앞에서부터 그렇게 강하게 수비하는데 상대는 짜증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선수들도 더 열심히 수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 강 감독의 설명이다.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는다. 서장훈에게도 집요하게 도움수비를 펼칠 정도로 부지런하다.
안양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도 그런 양동근의 근성을 높이 평가했다. "양동근은 공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아낄 줄 아는 선수다. 루즈볼이 보이면 곧바로 슬라이딩을 한다. 고액연봉 선수가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데 다른 선수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내가 우리 팀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 이 감독의 말이다. 올 시즌 양동근의 연봉은 4억9000만원으로 리그 전체 4위. 고액연봉자지만 코트에서 연봉만큼 많이 움직이는 선수가 양동근이다.
▲ 포인트가드로서 재평가, '양동근의 모비스'
양동근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만 하더라도 '열심히 하지만 가드로서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복귀 후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그의 플레이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양동근 본인은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매년 재평가를 받아왔다. 보시는 분들의 관점에 따라서 다른데 모든 사람들의 눈에 딱 맞게 잘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누구나 만족스런 플레이를 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하려 한다". 양동근의 말이다.
데뷔 시절부터 양동근을 곁에서 지켜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여전히 냉정하다. "속공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고 가드로서 부족한 점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요즘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하고 있는데 먹혀들고 있다. 미스매치가 나면 바로 골밑으로 들어가 포스트업도 한다"며 "양동근에게 모든 것이 쏠리면 안 된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경기당 35분씩 뛰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3경기에서 백업 김종근을 먼저 선발로 내세우고 양동근을 교체 투입했다. "승부는 4쿼터에 갈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 감독의 설명이다.
양동근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시야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고, 패스웍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외적인 것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 발이라도 더 움직이고 달라붙고 공격하는 것이다.
 
강을준 감독은 "양동근을 보면 자신감과 의지가 느껴진다. 자기 할 것을 다 해주면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앞선에서 그렇게 해주니까 다른 선수들도 함께 살아난다. 그래서 특급 가드이고, 모비스가 어려운 팀"이라고 했다.
 
양동근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남아있을 때까지 6강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명실상부한 양동근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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