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스프링캠프는 희망이 가득한 무대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의 목표 승수를 합치면 100승을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꿈과 희망이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준비하는 자세가 남다른 선수가 한 명 있다. 한화 6년차 우완 투수 유원상(25). 그는 굳은 각오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묵묵히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유원상은 한화가 큰 기대를 걸었던 특급 유망주였다. 지난 2006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되어 계약금 5억50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입단한 슈퍼루키 유창식이 7억원을 받기 전까지 한화 구단 사상 최고 계약금이었다. 그만큼 유원상의 어깨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오히려 같은 해 들어온 류현진은 스포트라이트를 빗겨나가 있었다. 당시 한기주-나승현과 함께 신인 투수 빅3가 유원상이었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냉혹했다. 프로 첫 해 아예 1군 무대도 밟지 못했다. 2년차가 된 2007년에도 시즌 막판에야 어렵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08~2010년 3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매년 5승에서 제자리걸음했다. 통산 93경기 17승29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42. 터질듯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그의 잠재력에 많은 팬들이 속앓이를 했다. 지난 시즌 뒤에는 군입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원상도 본인도 지쳐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유원상은 다시 스파이크 끈을 바짝 조여맸다. 만년 유망주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1군 투수들을 책임지게 된 한용덕 투수코치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훈련시키고 있다. 유원상에게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코치는 "선발진의 한자리를 차지해야 할 투수"라고 했다. 그러나 보장된 자리는 없다. 한대화 감독은 "지난해처럼 하면 올해는 1군을 장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져놓았다.
유원상 본인도 각오가 남다르다. 매년 이맘때 목표 승수를 밝혔지만 숫자는 꺼내지 않았다. 그는 "언제까지 유망주로 머물 수만 없다. 팬들과 구단에서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분들께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기대했다. 만년 유망주로만 머물러 있는 유원상이 올해는 과연 껍질을 깰 수 있을지 기대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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