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만 없었다면 모비스는 무조건 6강 플레이오프에 갈 팀이다".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만큼 요즘 울산 모비스의 기세가 대단하다. 모비스는 지난 21일 대구 오리온스와 원정경기에서 80-70으로 승리했다. 전반까지 뒤지던 경기를 후반에 뒤집었다. 파죽의 5연승. 12승21패가 된 모비스는 순위도 8위까지 올랐다. 7위 서울 SK(13승20패)와 격차를 1경기로 좁힌 모비스는 6위 창원 LG(16승16패)에도 4.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연승 행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위팀이다 보니 이것저것하다 운좋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센터없는 농구로는 한계가 있다. 외곽 농구를 하고 있는데 슛이 안 되면 저득점, 저실점 농구를 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농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시즌 우승 멤버 브라이언 던스톤과 함지훈 그리고 김효범의 공백이 여실히 나타나는 대목.
하지만 모비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저마다 "까다롭다"고 하소연이다. 모비스만큼 변칙적인 수비가 많고 끈질기게 수비하는 팀이 없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최근 우리가 잡은 팀들이 장신팀들이다. 변칙 수비를 하다 보니 이겨도 저득점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불만 아닌 불만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우리는 슛이 안 되고, 수비가 안 되는 선수들은 바로바로 (코트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기본을 강조한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조금씩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유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해서는 남은 20경기에서 15승 정도 해야 되는데 상위팀들도 그 정도 승률은 어렵다"는 것이 유 감독이 말하는 뒤집기 힘든 이유.
하지만 6위 LG 강을준 감독은 "스포츠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즘 모비스는 양동근이 앞선을 이끌어주면서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좋아졌고, 수비도 아주 악착같이 한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당장의 성적보다 내후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플랜을 짜고 있다. 최근 모비스는 홍수화·최윤호·김종근·류종현 등 젊은 선수들이 바짝 힘을 내고 있다. 유 감독은 "류종현은 보이지 않게 수비에서 도움을 많이 준다. 홍수화는 신장이 크고 수비력이 되는데다 외곽슛도 있어 공수에서 쓸모가 많다. 젊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경험이 쌓이면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더 잘해줄 것이다. 함지훈이 돌아오고 외국인선수를 잘 뽑으면 다시 플레이오프 이상, 우승권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유 감독이 이처럼 마음먹고, 팀의 장기적인 비전을 꾸릴 수 있는 건 구단의 든든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구단주가 직접 유 감독에게 "올해 성적은 신경쓰지 말고 팀을 장기적으로 잘 만들어 달라. 힘들어도 참고 견뎌 달라"고 말할 정도로 믿음이 크다. 잘 나가는 팀에는 이유가 있는 법.
유 감독은 "늦게라도 발동이 걸려 다행"이라며 웃어보였다. 이미 지난 2007~2008시즌 9위로 추락했지만 함지훈과 김효범을 키워냈고, 이듬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다.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다시 한 번 유 감독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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