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PO서도 통할까? 전창진의 '스타론'과 '사기론'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1.22 09: 49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가 매우 힘들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다"(전창진 감독). "선수들이 여름에 운동을 하는데 눈빛부터가 다르더라"(부산 KT 관계자).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KT가 지난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2010-2011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4라운드 홈 경기서 33점을 기록한 제스퍼 존슨의 멋진 활약에 82-69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T는 서울 삼성에 패하며 연승이 끊겨 한풀 꺾였던 분위기를 다시 올려 놓으며 시즌 전적 25승 9패를 기록, 2위 전자랜드(22승 11패)와 승차를 2.5경기로 늘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KT가 삼성에 지면서 선두 싸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KT는 '강적' 전자랜드에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새 출발했다. 그렇다면 KT의 이러한 상승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경기 전 만난 전창진 감독은 "우리가 1위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하위 팀에 잘 이겨서 그렇다"며 "삼성과 전자랜드, 동부 등 질 만한 팀들에는 졌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순위를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길 경기는 무조건 챙기는 것이기 때문.
그렇다면 전자랜드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독주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독주는 어렵다"면서 "선수들한테는 전자랜드에 이기면 우리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전력으로 독주가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전 감독은 "하위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는 있지만, 상위권의 높이가 있는 팀들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가 매우 힘들 것이다. 높이도 낮을 뿐더러 한 방을 터트려줄 스타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다"며 일명 '스타론', 스타 플레이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플레이오프 만큼 부담감이 심하고 한 방이 필요한 경기가 어디 있겠느냐. 그럴 때 스타 플레이어가 제 몫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선수가 없다"며 전 감독은 매우 아쉬워했다. 전 감독의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견뎌왔지만 고비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박빙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T가 시즌의 반이 지날 때까지, 그리고 그 많은 부상자들 속에서 단독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전 감독이 아니라 KT의 한 관계자가 설명해줬다.
그 관계자에 따르면 전 감독이 지난 여름에 가족들을 만나러 외국으로 떠날 때 사무국에 한마디의 말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 마음만 상하게 하지 마세요". 이러한 뜻이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돈 몇 푼 줄이기 위해 선수들의 사기를 꺾지 말라는 것이었다.
전 감독의 이러한 말, 일명 '사기론'을 그 관계자는 구단에서 잘 지켰다고 한다. 지난 시즌 거뒀던 성적 만큼에 합당한 연봉을 선수들에게 보장하며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줬던 것. 그리고 이번 시즌에 돌입하기 전 훈련장에서 다시 만난 선수들의 눈을 의욕으로 가득찼다는 것이 그 관계자의 말.
자신들의 활약 만큼 보장을 받은 선수들은 더욱 더 훈련에 매진하며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게다가 농구가 단체 종목인 만큼 선수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는 경기력의 향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는 지금의 순위가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전 감독의 '스타론'에 따르면 KT는 언젠가 무너질 팀이다. 오죽하면 전 감독이 "모든 팀들이 플레이오프 대진표에서 우리와 같은 쪽에 있고 싶어할 것이다"며 한 방이 없는 약점을 지적했을까.
그렇지만 그 무너짐은 쉽게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너질 조직력이었다면 이미 KT의 순위는 떨어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 감독의 선수를 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잘 헤아린 구단의 노력에 선수들의 조직력은 비 온 뒤의 굳은 땅보다 더 단단해졌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KT의 상승세는 독주로 이어져 조만간 그 시작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의 '사기론'에 의해 '스타론'이 오판으로 변할 시점이 조만간 다가오는 것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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