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절 힘들게 하려고 일부러 놓쳤겠습니까".(웃음)
22일 오전 두산 베어스의 전지훈련 캠프가 펼쳐진 일본 오이타현 벳푸 시민구장. 두산 3루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인 윤석민(26)과 이원석(25)은 김민호 수비코치가 때려내는 펑고를 받으며 수비 훈련에 몰두했다.

이 가운데 특이한 점은 앞 사람이 공을 놓치면 그 다음 사람이 김 코치의 펑고 두 개를 잡아내야 했다. 그것도 파울라인 바깥쪽 깊은 곳 타구와 3-유 간 안타가 될 듯한 타구 하나씩. 이동거리만 해도 족히 30미터 이상 될 법했다.
펑고 훈련은 보기에 쉬워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결코 쉽지 않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빠르게 잡아 송구하는 연습을 50회 넘게 쉬지 않고 해야하는 만큼 체력 소모도가 크다. 자신의 앞쪽으로 오는 타구를 외야로 흘려버리면 다음 사람은 주저 없이 파울라인 바깥쪽 타구와 유격수 방면 타구를 그대로 잡아내야 했다.
김 코치의 펑고를 연속적으로 받아낸 윤석민과 이원석은 다음 훈련을 위해 이동하면서 "함께 짝을 맞췄을 때 공을 놓치면 그 다음 사람이 2개를 받기로 코치님과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이날은 윤석민과 이원석이 서로 비슷한 횟수로 실수해 고생도 비슷하게 치렀다.
"설마 상대가 본인을 더 힘들게 하려고 일부러 놓친 것은 아닌가"라는 농담에 "에이, 그럴리가요"라면서 이원석 쪽으로 눈을 흘긴 윤석민이지만 그들은 곧바로 함께 웃었다. 3루 포지션을 놓고 경쟁 중인 둘은 한 살 터울 절친한 사이. 윤석민이 지난 시즌 도중 소집해제한 뒤 주로 2군에 머물러 한솥밥을 먹은 시간은 많지 않지만 훈련 개시와 함께 자주 조 편성되어 훈련하며 친해졌다.
둘과의 대화가 끝난 뒤 "정답을 알았는가"라며 도리어 질문을 던진 김 코치. 김 코치는 윤석민과 이원석의 대화를 전하자 이렇게 답했다.
"단순한 연습일 수도 있지만 그 방식으로 진행하면 실책에 상대방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의 앞으로 오는 타구는 반드시 잡아낸다는 책임감을 주고 더욱 연습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다".
둘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경문 감독과 김광수 수석코치는 윤석민과 이원석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임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의 탄탄한 하체를 바라보며 "올해 한 번 지켜봐야지"라는 말로 기대감을 보였다. 김 수석코치는 이원석의 수비에 대해 "무리없는 자세에서 선수 본인의 리듬이 잘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송구 동작이 좋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원석은 이미 내야 전 포지션 수비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윤석민은 비시즌 동안 가장 기량 성장폭이 큰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연대책임' 수비 훈련은 주포 김동주와 거포 유망주 이두환까지 가세한 3루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게 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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