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그라운드의 여우' 조광래(57) 감독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 카타르 스포츠클럽 경기장서 열린 이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2011' 8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윤빛가람의 극적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7년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되면서 카타르를 꺾고 올라온 일본과 대결하게 됐다. 한국은 일본과 오는 25일 밤 10시 25분 준결승전을 갖는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날 가진 공식기자회견에서 작정하고 이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란은 거친 파울이 많은 팀이다. 팬들에게 재미없는 축구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잘 지켜봐라"라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광래 감독의 '파울' 관련 멘트는 모두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경기 템포를 죽이기 위해 자주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이란 선수들을 상대로 심판은 제대로 된 판정을 내렸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까지 섞어 이란의 플레이를 문제삼은 조광래 감독의 말처럼 경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특히 이란의 파울 후 이어지는 두 번째 동작까지 철저하게 잡아내는 심판 덕분에 이란은 자신들의 '장기'인 '침대축구'를 선보이지 못하고 경기 주도권을 한국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감독 중 상대에 대한 거친 발언을 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의아해 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지한파'라 할 수 있는 압신 고트비 감독의 축구를 몰아세우면서 심판들에게까지 영향을 줬고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으로 스며들게 만들었다.
10bird@osen.co.kr
<사진> 도하(카타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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