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8년 전 조니 데이먼(38)과 매니 라미레스(39)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밤비노의 저주'를 푼 연금술사였다.
데이먼은 지난 2004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150경기에 출장 3할4리의 타율에 20홈런 94타점 123득점을 올렸다. 라미레즈 역시 152경기에 출장 3할8리의 타율에 43홈런 130타점을 폭발시키며 보스턴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데이먼과 라미레스은 최근 몇 년 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데이먼은 연봉 525만 달러(약 59억 원)와 사이닝 보너스 75만 달러(약 8억 5000만 원)에, 라미레스는 200만 달러(약 23억 원)에 사인했다.

그렇다면 탬파베이는 왜 '올드 스쿨' 데이먼과 라미레즈에게 80억이 넘는 돈을 쓴 것일까.
▲주전 타자 3인방 빈 자리 대체자로 선택
탬파베이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물리치고 지구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지구챔피언십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투타에서 완벽한 짜임새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이번 겨울 주전 타자 3명을 잃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톱타자 칼 크로포드(30)는 지구 라이벌 보스턴과, 중심타자 카를로스 페냐(33)는 시카고 컵스로 팀을 옮겼다. 여기에 주전 유격수였던 제이슨 바트렛(32)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탬파베이는 주전 라인업 9명 중에서 3명이 빠져 파워와 스피드 모두 떨어져 공격력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자 저렴한 가격에 데이먼과 라미레즈 영입을 결심했다.
▲탬파베이,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 아냐
ML 관계자는 23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올 시즌 탬파베이는 목표가 지구 우승이 아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전년도 지구 우승팀이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빅마켓이 아닌 구단의 경우 우승 후유증 때문에 이듬해 주전 선수들의 연봉 인플레를 막지 못하고 선수들을 많이 떠나 보낸 경우가 많다"며 "탬파베이는 FA 크로포드와 페냐를 잡지 않았다. 바트렛을 트레이드했다. 그리고 15승 투수 맷 가르자를 컵스로 트레이드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탬파베이는 샌디에이고와 컵스에 확실한 주전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하며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며 "탬파베이는 스몰 리빌딩을 통해 2∼3년 후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탬파베이는 데이먼과 라이레즈를 전면에 내세워 스타 마케팅이 가능하다. 팀 성적이 1위가 힘들다면 스타파워로 관중들을 불러 모으는 전략이다. 데이먼의 사이닝 보너스 75만 달러가 관중 수익 보너스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데이먼-라미레즈 폭발하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그렇다고 탬파베이가 데이먼과 라미레즈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데이먼은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145경기에 출전 2할7푼1리의 타율에 8홈런 51타점 81득점을 기록했다. 라미레즈는 지난해 LA 다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90경기에 출장 2할9푼8리의 타율에 9홈런 42타점을 마크했다. 이들 모두 과거 이름과 명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지만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라미레스는 지난 2009년 금지약물 복용 규정 위반으로 5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이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2004년 아메리칸리그 홈런, 장타율,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까지 3관왕을 차지한 특급 타자다. 즉, 한번 폭발하면 최고의 중심타자가 될 수 있다.
만약 탬파베이는 데이먼과 라미레스가 7월말 트레이드 마감 기한 전까지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경우 이들을 트레이드 해 또 다시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탬파베이는 정말 똑똑한 구단"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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