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농구 감독들이 늘어놓는 하소연 중 하나. 바로 혼혈 선수들에 대한 속앓이다.
"혼혈 선수들이 가끔 혼자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걸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감독들의 한탄이다. 월등한 기량을 갖췄지만, 간혹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천 전자랜드 문태종(36·198cm)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문태종은 지난 23일 전주 KCC와 홈경기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25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특히 승부처가 된 4쿼터에만 3점슛 2개 등 12점을 폭발시켰다.
문태종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자 전자랜드도 KCC를 78-65로 꺾고 3연패를 끊었다. 리그 최고 해결사다운 면모였다.
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문태종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서야 낯선 한국 코트를 밟았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문태종이 전성기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태종은 농구를 잘 아는 선수였다. 굳이 운동능력이 아니라도 코트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문태종은 올 시즌 34경기에서 경기당 31분52초를 소화하며 평균 17.5점 5.2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랭킹 전체 7위에 랭크돼 있다. 3점슛도 경기당 1.97개를 터뜨리며 전체 3위에 올라있는데 성공률은 45.9%로 리그 전체 2위다. 3점슛의 양과 질에서 리그 최고 수준에 있다.
문태종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건 승부처에서 해결능력 때문이다. 문태종은 올 시즌 3~4쿼터 후반 득점이 평균 11.1점으로 전체 3위다. 하지만 4쿼터로 국한하면 평균 6.8점으로 리그 전체 1위에 빛난다. 4쿼터에 가장 무서운 선수가 문태종인 것이다.
문태종은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덕분에 전자랜드는 4쿼터 역전승이 무려 7차례에 달한다. 과거와 달리 뒷심이 강한 팀이 된 것이다.
문태종은 "선수생활 내내 중요한 순간 슛을 던지는 역할을 했다"며 승부처 대활약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농구를 알면서 하는 친구다. 나서야 할 때는 직접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한다"고 평가했다. 30대 중반이라는 황혼기에 한국 코트를 밟았지만 문태종에게는 숱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클래스'라는 무기가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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