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바지 훈련' 이승엽, "말을 아끼고 싶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24 14: 33

칼바람이 살을 파고 들었다. 옷깃을 여미고 움츠러들 때 그는 오히려 가슴을 펴고 입김을 뿜어내며 훈련에 매진했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 캐치볼을 한 뒤에는 실내연습장에서 방망이를 돌렸다. 그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갈 때마다 실내연습장에서는 경쾌한 타구음을 울려퍼졌다. 그의 스윙 하나하나를 지켜본 한국프로야구 통산 타율 1위의 삼성 장효조 2군 감독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타자' 이승엽(35·오릭스)이었다.
이승엽은 지난달 13일 친정팀 삼성의 훈련장 경산볼파크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어느덧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다. 훈련도 거의 막바지에 왔다. 이승엽은 "이곳에서 훈련을 시작한지 거의 45일쯤 된 것 같다. 이번주 28일까지 훈련하고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9시에 경산볼파크로 나와 오후 2시까지 훈련하는 이승엽을 24일 점심 휴식시간에 만났다. 이승엽은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라며 웃어보였다.
- 국내 훈련이 거의 막바지에 왔는데 어떤가.

열심히, 꾸준하게 훈련했다. 예전에 내가 뛰었던 팀이고 적응하는 데 문제없었다. 훈련의 능률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 매년 경북고에서 개인훈련을 했다. 올해는 왜 경산볼파크에서 하게 됐나.
개인훈련은 쉽지 않다. 혼자 훈련을 하다 보니 쉬고 싶을 때가 많고,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게을리할 수 없지 않은가.
- 장효조 2군 감독이 훈련을 돕고 있는데.
그렇다. 장효조 감독님께서 아주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다. 현역 시절 워낙 대선수셨고 예전에 감독님 밑에서 타격지도를 받은 적이 있어 어색하지 않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훈련에 대해 만족을 하고 있는가.
훈련은 아무리 많이 해도 만족을 느낄 수 없다. 열심히 하면서도 꾸준하게 해야 한다. 완전한 만족이란 없다. 완벽은 없지만 그래도 예년보다는 훨씬 좋은 훈련이 되어가고 있다.
- 어떤 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가.
타격의 기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밀어치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타격의 기본이 바로 밀어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본을 잊어버린 것 같아 기본으로 돌아가려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남들이 하는 건 하고, 해서는 안 될 것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타격폼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그건 하루아침에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본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설레임도 있을 것이고, 부담도 될 법하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지바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할 때에는 조금 걱정스러운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도 이제 일본에서 8년째이고, 우리나이로 36살이다. 웬만한 것은 다 넘길 수 있다. 그동안 워낙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았나.
- 퍼시픽리그로 복귀했는데 분위기가 센트럴리그보다 자유롭다고 들었다.
맞는 말이다. 퍼시픽리그가 전체적인 분위기는 센트럴리그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오히려 리그 수준은 더 높다. 퍼시픽리그에서도 분명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하고 있다. 3월말 시작되는 개막전까지 완벽한 몸 상태와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 새로운 팀 오릭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예전에는 오릭스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냥 일본프로야구 팀이고 구대성 선배님이 뛴 팀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인연이 되려다 보니 이렇게 오릭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홈구장인 교세라돔은 아주 좋은 곳이다. 다만 그동안 도쿄돔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잘 적응해서 팀에 보답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박찬호와 함께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한국인 동료와 한솥밥을 먹은 적이 없지 않았나.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과 한 팀인 적이 없었다. 찬호형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크고 재미있을 것 같다. 그동안은 혼자있거나 통역이랑 단둘이 있을 때가 많았다. 일본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지만, 지루했던 경우가 많았고 활력소 같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찬호형이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겠다.
- 한일 통산 500홈런과 2000안타가 각각 32개와 107개씩 남았다. 올해 도전해 볼 것인가.
당연하다. 올해 500홈런과 2000안타, 둘 다 하고 싶다. 내가 좋은 성적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 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두 가지 다 달성하려면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조용하게 입국했다. 올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는 마치 도망자 같았다. 올해는 떳떳하게 들어와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욱 말을 아끼고 싶다. 지금 하는 말들은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먼저 야구를 잘해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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