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우 "연예계는 절대 안 돌아올려고 했었죠"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01.24 17: 55

한동안 TV에서도 스크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양진우가 '역전의 여왕'의 여우 백여진(채정안)의 왕자님이 돼 돌아왔다.
일일극 '별난남자 별난여자'(2005)에서도 주인공 김아중의 왕자님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양진우는 이번에도 여진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불량배도 물리쳐주고, 통역사도 돼주며 '짝사랑남'의 바람직한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얼굴 하얀 그 남자, 어디서 나타났냐" "꽃미남 아저씨는 누구냐"는 반응을 올리며 그의 등장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2007년 케이블 드라마 '로맨스 헌터'를 끝으로 우리 곁을 잠시 떠났던 양진우. 3년이라는 공백이 그리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를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듯 보인다.
"여러가지 계획했던 일이 자꾸 틀어지니까 이쪽일을 하기 싫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쉬었습니다. 사실 다시 연에계에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다른 공부도 하고, 아는 동생 사업도 도와주며 시간을 보냈죠."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영화를 보고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역시 연기는 그의 운명이었던가 보다.
"연기할 때 일봐주시던 분들에게도 '다시 돌아오라'는 전화도 종종 받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다시 연기에 대한 불이 되살아났죠. 다른 일할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쪽 사람들과는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 그들도 그리워지더라구요."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돌아온 촬영현장. 당연히 예전과 임하는 자세와 시각이 달라져 있었다.
"역시 시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촬영장인데, 일이 너무 즐겁고 신나요. 좀 더 여유도 생겼고. 며칠전에도 한 신을 찍기 위해 3시간 넘게 추운데서 오돌오돌 떨었어요. 20분만 서있어도 손이 할머니 손이 되는 날씨지만 그래도 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이 남자. 도대체 그 동안 어떻게 연기를 '굶고' 살았을까?
 
그는 경영학도였다. 그런데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던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호주에서 학교를 다니다 대학때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그전부터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호주가 그렇게 영화 산업이 크지 않아 이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죠. 하지만 일본에 갔다가 한국영화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했죠. 마침 영화 '친구'가 터졌고 영화 붐이 일어났죠. 그래서 한국에 나왔어요. 막연히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들어온 첫 일이 연기였어요."
그렇게 연기와 인연을 맺게된 양진우는 연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더란다.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고.
"이거 너무 재밌다 싶었죠.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아보는 거잖아요. 그리고 내가 맡은 인물이 사는 장소, 옷차림, 말투 등을 하나하나 만들며, 캐릭터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신났죠."
"그러다 어느 순간 대본 외우는 데 급급한 상황이 되고, 내가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을 빔 벤더스 감독이 영화화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거기에 캐스팅됐는데, 영화 시장이 안좋아지면서 일이 무산됐죠. 그때 좌절감이 컸던 것 같아요."
적은 분량에도 마냥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양진우는 극중 여진과의 해피엔딩도 꿈꾼다. 함께 촬영하는 채정안에 대해서도 너무 잘해주신다며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작가님이 너무 힘들게 작업하시는 걸 알기에, 전화는 못했지만 여진과 해피엔딩이 되길 바래요. 정안 누나와 같이 하는 신이 많아서 많이 친해졌는데, 너무 털털하고 잘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호흡도 잘맞고, 애드리브도 자주 하고 그래요."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해 '엄친아'로 소문이 파다한 그는 미래에 대한 꿈도 남달랐다. 연기자로서 뿐 아니라, 다양한 자선사업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기면에서 기회가 생긴다면 해외 프로젝트도 많이 하고 싶어요. 그 뿐만 아니라 축구학교를 세운다던가 하는, 아시아 인재를 발굴하는 그런 사업들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자신의 삶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열정을 보였던 양진우. 좀 더 여유있어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는 지금 무척이나 신나보였다.
 
bonbon@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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