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으로 간다고 배 아파 하면 안된다".
김성근(69) SK 와이번스 감독이 일본인 우완 투수 카도쿠라 켄(38)의 삼성 라이온즈 입단을 축하해줬다.
김 감독은 25일 카도쿠라과 삼성이 정식 계약을 했다는 소식에 "잘된 일이다. 그동안 쉬어서 (왼쪽 무릎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 다행스럽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카도쿠라는 삼성과 총 30만 달러에 계약을 결정했다.

카도쿠라는 지난 시즌 14승을 거두면서 SK의 세 번째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글로버와 함께 재계약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SK 유니폼을 입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좋지 않았던 무릎 때문에 SK와의 재계약이 틀어졌고 삼성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정식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카도쿠라를 어렵게 영입했다. 카도쿠라가 2008시즌 후 요미우리에서 방출됐다는 소식에 우승 여행을 갔던 하와이에서 도쿄까지 날아가 만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당시 카도쿠라는 미국 진출 의지 때문에 김 감독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으로 결국 SK 유니폼을 입었다.
직접 포크볼 그립을 가르치기도 했고 투구폼에 조금 변화줘 구속을 증가시켰다. 또 일본에서 사실상 포기한 투수였기에 한국에서 다시 부활시켜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카도쿠라가 김 감독의 야구를 일본에까지 직접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물론 SK 입장에서 카도쿠라의 계약 소식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전체를 치러봐야 아는 문제긴 하지만 '수술 불가피' 판정을 받았던 카도쿠라가 하필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삼성으로 갔기 때문이다.
이에 김 감독은 "우리가 14승 투수를 버릴 입장인가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다"면서 "판단은 우리의 몫이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외국인 투수가 아니었다면 기다릴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이미 (재계약 하지 않은 것은) 지나간 일이다. 나간 사람이 다른 팀으로 간다고 해서 배 아파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카도쿠라의 올 시즌 성적은 삼성 뿐 아니라 SK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진만이라는 요소까지 가미될 경우 SK와 삼성전은 올 시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김성근 SK 감독-카도쿠라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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