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조광래 감독이 25일(이하 한국시간) 밤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2011' 준결승전(2-2 PK 0-3패)을 앞두고 꺼낸 얘기다.
조광래 감독은 이란과 8강전에서 연장전을 치른 타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생각과 달리 뚜껑을 연 한일전은 체력의 차이가 뚜렷했다.

▲ '40Km+1day'의 차이
조광래 감독의 계산이 빗나간 것은 역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예상을 뛰어넘었던 탓이다. 한국이 이란전에서 뛴 거리는 143km. 교체 카드 대부분이 연장전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수치다.(윤빛가람 4.92Km, 홍정호 0.98Km, 염기훈 0.42Km) 주전 11명이 평균 12.42Km를 뛰었다. 반면 일본은 카타르와 8강전의 총 거리가 103Km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말하는 표현대로면 반 경기는 더 뛴 셈이다.
여기에 휴식일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이 우리보다 하루 먼저 경기를 치르면서 휴식일에서도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하루를 몽땅 휴식에 투자하는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지만 이 차이를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도 같은 날 휴식을 취한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카타르 체류 기간이 20일에 가까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
▲ 후반을 노렸던 조광래의 노림수
일본이 체력의 우위를 살린 전술로 나온 것은 당연했다. 일본은 초반부터 특유의 패스 게임으로 빠른 템포의 축구를 펼치면서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이 전반 23분 기성용의 페널티킥으로 흐름을 끊었지만 일본 역시 후반 36분 마에다 료이치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되찾았다. 일본은 한국이 빠른 시간에 체력 소모로 고전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역력했다.
조광래 감독의 대응은 기민했다. 일본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면서 오히려 후반전 그리고 연장까지 고려하는 노림수를 보였다. 이란전에서 미드필드를 완벽히 장악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는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롱패스 위주의 전술로 전환했다. 점유율(4-6)에서 열세는 피할 수 없었지만 체력을 아낀다는 합목적성에는 유효했다. 조광래 감독의 노림수는 승부가 연장전으로 접어들면서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연장전 들어서는 한국이 오히려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체력의 한계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연장 전반 7분 통한의 페널티킥이 그랬다. 문전으로 쇄도하는 오카자키와 몸싸움을 벌인 황재원에게 파울이 선언됐다. 파울이 불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황재원의 과한 행동이었다.
정성룡은 혼다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수훈을 보였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호소가이의 슈팅을 막지 못하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일본의 공격수들보다 한국의 수비수들이 더 가까운 위치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집중력의 차이가 아쉬웠다.
다행히 연장 15분 황재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승부차기에서 0-3으로 무력하게 무너졌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도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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