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드래프트에서 투수들이 먼저 뽑히잖아요. 사실상 야수들 중 1라운드에서 뽑혔다고 보시면 됩니다".
탁월한 운동능력을 갖춘 새내기 외야수에 대해 오헌표 KIA 타이거즈 운영팀장이 꺼낸 이야기다. 대졸 외야수 중 한양대 고종욱(넥센)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되어 KIA에 3순위로 입단한 윤정우(23. 원광대 졸업예정)가 그 주인공.

광주일고-원광대를 거쳐 KIA에 입단한 윤정우는 지난해 춘계리그서 24년 만의 팀 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도루 1위(16개)와 수훈상을 차지하며 위력을 떨쳤다. 또한 대학리그서 심심치 않게 홈런을 뽑아내며 5툴 유망주로도 주목을 받았다. 188cm 85kg로 체구 또한 건장하다.
윤정우의 훈련과정을 마무리 훈련 때부터 지켜본 황병일 수석코치 또한 "아직 확실한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힘들다. 마무리 훈련 때는 조금 아쉬웠지만 지금은 꽤 괜찮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지난 25일 야간 타격 훈련을 앞두고 만난 윤정우는 인터뷰가 쑥스러운 듯 처음에는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목표에 대해서 묻자 수줍은 듯 이야기하면서도 확실한 자기 의사를 표명했다. 이야기를 할 수록 더욱 귀기울여 듣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선수였다.
"지명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3라운드에 뽑혔더라구요. 한 5라운드 정도는 예상했었는데.(웃음) 원래는 타자로 입학했었는데 대학 시절 감독님께서 '투수로 뛰어보는 것은 어떻겠냐'라고 하셔서 사이드암 투수로 훈련했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 중반 때 타격이 좋아 지명타자로도 나서서 도루상을 차지했어요. 그리고 2009년 10월 타자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투수를 포기하는 데 대한 미련이 없는 지에 대해 묻자 "야수 훈련이 재미있다. 투수로 뛸 때 148km까지 던졌지만 제구력이 영 아니라서 미련은 없다"라고 답한 윤정우. 윤정우는 현재 훈련 과정서 잘 챙겨주는 선수가 있는 지 묻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일단 같은 방을 쓰는 (박)종섭이 형이 잘 챙겨주시구요. 수비할 때는 이종범 선배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십니다. 아직 부족한 만큼 정말 필요한 말씀을 해주세요. 그리고 요즘은 주장인 (최)희섭 선배께서도 야구 내외적으로 이야기해주십니다. 선배들이 두루두루 보살펴 주세요".(웃음)
윤정우의 첫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그는 "일단 1군에 꾸준히 남아있는 게 목표에요. 김태룡 코치께서 '신인왕에 2할8푼-30도루 정도 기록하겠다'라는 포부를 이야기하라고 하셨는데.(웃음) 아직은 1군 엔트리에 꾸준히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첫 시즌 만이 아닌 앞으로 '선수 윤정우'가 바라보는 지향점은 확실했다.
"그동안 도루를 많이하는 선수는 대개 단타자라는 선입견이 있었잖아요. 저는 훗날 일발장타력도 갖추고 누상에서 잘 뛰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배 같은 만능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실 팀 선배 이종범도 윤정우가 만 9세 이던 1997년 해태 시절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명성을 떨쳤다. 아직 윤정우가 많이 젊은 선수라는 점, 그래서 아직도 뛸 경기가 무수히 많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했다. 뒤이어 윤정우는 "야구 선수 또한 팬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과 같다"라며 더욱 열심히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곽)정철이 형이 언젠가 '야구는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온 팬들 앞에 공연을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팬들께서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오시는 건데 대충하면 안되지요. 재미있는 마음으로 야구를 즐기겠습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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