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심 파문, 누구도 웃을 수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26 07: 36

슛을 던지는 순간 육안으로도 3점슛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가로선상에서 지켜본 심판도 따로 시그널을 하지 않았다. 슛이 림을 튕기고 그물을 가르자 모두가 '연장전'을 외쳤다.
 
그러나 상대 벤치에서는 항의했다. 시간은 문제될 게 없었다. 버저가 울리기 전 공은 손을 떠나있었다. 얼마 후 항의의 이유가 밝혀졌다. 심판은 슛을 2점이 아닌 3점으로 인정했고 경기는 서둘러 마무리됐다. 79-78.

 
지난 25일 창원 LG는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졌다. 경기 후 한 동안 창원실내체육관 전광판은 모비스 송창용의 마지막 슛을 리플레이했다. 리플레이 속 송창용의 왼발은 3점 라인을 완전하게 밟고 있었다.
이미 전조는 있었다. 종료 1분1초를 남기고 LG 문태영이 왼쪽 사이드에서 중거리슛을 던졌다. 림을 맞고 나온 공을 LG 크리스 알렉산더가 공격 리바운드로 건져냈다. 별다른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리바운드였다.
 
그러나 심판은 루즈볼 파울을 선언했다. 알렉산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모비스는 알렉산더의 파울로 얻은 2개의 자유투를 모두 넣어 2점차로 따라붙었다. LG로서는 추격의 불씨를 남긴 뼈아픈 파울이었다.
프로농구가 또 다시 오심에 멍들고 있다. 25일 LG-모비스전은 최근 불거져나온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마지노선인 6위를 다투는 팀 간의 중요한 승부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8위 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6위 LG에 3.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경기를 패했다면 5.5경기로 벌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귀중한 승리였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터져나온 오심이라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농구계에서는 '심판들이 모비스를 밀어준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한 농구인은 "농구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휘슬을 불더라도 딱 기다렸다가 부는 게 보인다. 농구는 분위기 싸움인데 그런 휘슬 하나하나가 경기 흐름을 좌우한다"고 꼬집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스폰서를 모비스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크다. 이는 모비스에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땀이 빛나는 모비스식 농구가 자칫 그 빛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굵직굵직한 오심 파문들이 있었다. 2003~2004시즌 LG와 대구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실린더 룰의 잘못된 적용과 라인 크로스를 발견하지 못하는 결정적 오심들이 터졌다.
 
당시 LG는 오리온스를 꺾고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전주 KCC에 3연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전력에도 차이가 있었지만, 오심 파문의 불똥으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LG도 피해자였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오심 파문의 후유증이 어떠한지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오심 파문은 프로농구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 사건이다. 비디오 판독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과 심판들의 능력 향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 번 결정한 판정은 되돌릴 수 없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심보다 더 중요한 건 양심이다. 누구도 웃을 수 없었던 오심 파문의 현장. 정작 오심을 저지른 심판은 감독의 항의에 웃고 있었다. 과연 이 웃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waw@osen.co.kr
<사진> 지난 25일 송창용이 버저비터 슛을 던지는 순간 / KB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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