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은 의연했다.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부상 당한 얼굴에 표정 변화 없이 든든한 모습을 보이는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역시 캡틴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2011' 준결승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승부차기서 1~3번 키커로 나선 구자철(제주)-이용래(수원)-홍정호(제주)가 잇달아 실패, 하나도 넣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박지성은 경기를 마친 후에 특별한 표정 변화가 없었다. 혈전을 통해 아시안컵 4강서 일본에 패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후 믹스트존을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당당했다.
박지성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누구보다 우승을 원한 그였던 터라 이루지 못한 '왕의귀환'에 대해 분함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의연한 자세를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란과 8강전서 부상을 당한 얼굴에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로 240분 동안 경기를 치른 박지성은 기자들과 일일이 아이컨택을 하며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체력에서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2-2를 만들기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다. 패배는 아쉽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승부차기에서 구자철(22) 이용래(25) 홍정호(22) 등 20대 전반의 젊은 선수들이 키커로 나서 실축한 데 대해 "연장전이 끝난 뒤 감독님이 결정하신 순번이다"고 했다.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던 박지성은 은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했다. 박지성은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3~4위전이 끝난 후 결정하겠다"면서 남은 경기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누구보다 아쉬움이 남는 박지성이지만 선수들을 이끄는 '캡틴'의 모습은 의연했다. 고독함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역할에 자신이 떠나기 전까지 완벽하게 충실하려는 박지성은 진짜 주장이었다.
10bird@osen.co.kr
<사진> 한일전을 마친 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갖는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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