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영입' KIA, 그들의 새 과제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1.28 10: 30

8년 전 그들은 대대적인 영입작업으로 우승을 넘봤으나 결과는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그쳤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큰 손'이 되어 우승을 향한 커다란 하나의 퍼즐을 손에 쥐었다. 이범호(30) 영입에 성공한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KIA는 지난 27일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방출된 이범호와 계약기간 1년에 계약금 8억 원, 연봉 4억 원 등 총 12억 원에 계약하기로 합의하고, 이범호가 신변을 정리하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즉시, 최종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구단 수뇌부 정도만이 알고 있던 그야말로 '빅딜'이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서 훈련 중인 야수조 또한 구단 측의 보도자료와 기사문을 통해 이범호의 입단을 확인한 상황. 주장 최희섭 또한 "(이)범호 오는 거 아세요?"라며 적잖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대개 트레이드는 발표 직전 해당 구단 선수들이 먼저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영입 건은 이례적인 케이스로 봐도 무방하다.
 
원 소속팀 한화와의 계약에 실패해 올 시즌 소프트뱅크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이범호의 KIA 입단은 KIA가 얼마나 우승에 대한 염원이 강한 지 알 수 있게 한다. 안정된 3루 수비와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장담하는 이범호의 영입으로 KIA는 최희섭-김상현-이범호-나지완으로 이어지는 거포 쿼텟 구도를 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 부상만 없다면 개인 당 한 시즌 20홈런 이상이 보장된 타자들이다.
 
그러나 이 영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은 아직 이르다. 이미 KIA는 2003시즌 대형 계약을 잇달아 성공시켰으나 우승이라는 열매는 거두지 못했기 때문.
 
2002년 KIA라는 이름으로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치른 첫 시즌. KIA는 그 해 78승 4무 51패(승률 6할5리)를 기록하며 페넌트레이스 2위 및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전신 KIA가 199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그룹 좌초와 잇단 스타 이적으로 인해 좌절했던 아픔을 대번에 씻어버리는 기염을 토한 것.
 
6년 만의 타이거즈 우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김익환 사장-정재공 단장은 공격적인 투자로 스타 플레이어를 가세시켰다. 2003년 1월 15일 현대에 내야수 정성훈과 현금 10억원을 주고 '리틀 쿠바' 박재홍(현 SK)을 영입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외야수 김창희, 우완 손혁에 8억원을 주고 당시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진필중을 영입했다.
 
두 명의 투타 축을 영입하기 위해 세 명의 선수와 현금 18억원을 지불한 셈으로 당시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았던 KIA다. 그러나 그 해 KIA는 78승 5무 50패로 선두 현대에 반 게임 차 2위를 기록한 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범현 감독의 SK에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양보하고 말았다.
 
2003시즌 KIA 소속으로 박재홍은 108경기 3할1리 19홈런 66타점 14도루, 진필중은 4승 4패 19세이브 평균 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으나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스타 플레이어의 성적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박재홍의 반대급부로 현금을 안고 갔던 정성훈은 그 해 3할4푼3리 13홈런 51타점을 기록하며 현대 우승에 공헌하는 동시에 고향팀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리고 박재홍과 진필중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떠났다. 구단에서는 두 스타 플레이어에 대해 대단한 기대치를 보이며 우승 주역이 되길 바랐으나 박재홍은 이듬해 구단과의 마찰 끝에 SK로 이적했으며 진필중은 "서울 구단으로 다시 가고 싶다"라는 의향을 비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엄청난 금전적, 인력 출혈을 감수하고 영입한 스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또한 이범호의 영입은 타선 강화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3루 요원 중첩의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09시즌 MVP 김상현은 자신의 텃밭인 3루를 지키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으며 거포 유망주 김주형도 예비역으로 맡는 첫 시즌 맹활약을 노리고 있다. 2007시즌 타격왕(3할3푼8리) 이현곤도 3루 소화가 가능한 실력파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김상현과 이범호의 중첩에 있다. 이범호가 3루에 서고 김상현이 외야 혹은 지명타자로 나선다면 전략이 맞아떨어질 테지만 김상현은 비시즌 동안 3루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았다. 가장 큰 희생을 하게 될 김상현의 의욕 고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는 KIA의 입장이다.
 
일발장타력과 수비력을 갖춘 3루수의 가세로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KIA. 그러나 구색을 온전히 갖췄다고 우승을 100% 보장할 수 없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비밀리에 진행한 빅딜을 성공한 KIA가 진짜로 원하는 목표를 확실히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이범호.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