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킬러' 이범호, 이제는 독수리 킬러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28 10: 31

인생만사 새옹지마. 이범호의 KIA행이 딱 그렇다.
한때 KIA 투수들이 이범호(30)만 보면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이범호는 유독 KIA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기록으로 보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비수를 꽂는 치명타를 곧잘 날렸다. 2006년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 친 것이 대표적이었다. KIA가 자랑하는 간판투수 윤석민도 유독 이범호에게 큰 것을 자주 맞았다. 그만큼 이범호는 KIA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한화-KIA전에서는 이범호의 이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범호의 한자 이름은 호랑이와 전혀 관계가 없다. 이범호는 나무이름 범(帆), 넓을 호(浩)자를 쓴다. 순우리말인 '범'자, 호랑이를 의미하는 '호(虎)'자를 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음성 효과가 강하다. 그래서 한화는 KIA전에서 '범 잡는 호랑이'로 이범호를 지칭했고, KIA에서는 "이범호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랬던 이범호가 제발로 호랑이굴에 들어갔다. '친정팀' 한화와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범호는 적극적으로 구애한 KIA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이범호는 일본 출국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지난 27일 오후 계약기간 1년에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등 총액 12억원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드라마. 호랑이 가슴에 수차례 비수를 꽂았던 호랑이 킬러가 이제는 범이 되는 것이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타고난 호랑이 이범호의 합류로 KIA는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최희섭-김상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심 타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범호가 3루수 자리를 꿰차면 무릎 부상에 대한 부담이 있는 김상현을 지명타자 또는 외야수로 돌릴 수 있다. 포지션 중복의 우려가 있지만 일단 구색은 잘 맞춰 놓았다. 이범호만 제 역할만 잘 해준다면 상승효과가 가능하다.
이제 관심은 한화를 상대하는 이범호의 모습이다. 한화팬들은 이범호를 '한화의 이범호'라며 응원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범호는 한화 선수가 아니다. 류현진의 뒤를 지켰던 이범호는 이제 류현진의 공을 때려야 한다. 광주구장에서는 KIA팬들의 꽃가루 세례를 받겠지만 대전구장에서는 한화팬들의 야유를 받을지도 모른다. 다가올 시즌, 이범호는 과연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 2011년 프로야구 관전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