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할 필요없다. 오히려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7일 오후 전해진 이범호의 KIA행은 한화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한화가 두 달 가까이 끌어온 협상에서 끝내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이범호를 KIA는 며칠 만에 설득하며 호랑이 유니폼을 입혔다. 한화로서는 허탈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보다 이범호 복귀를 고대했던 한대화 감독도 "아쉬워 하면 뭐하나. 이미 물건너 간 일"이라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눌렀지만 새어 나는 한숨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화에게는 어쩌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협상과정에서 이미 한화에 마음이 떠난 이범호가 일본에 남는 건 한화에 득될 게 없었다. 아무런 카드도 쥐지 못한 채 시즌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범호가 KIA에 입단하면서 한화는 생각지도 못했던 카드를 잡았다. 바로 보상선수 카드다. 어차피 잡을 수 없는 이범호였다면 차라리 그에 따른 보상선수라도 지명할 수 있는게 한화로서는 더 낫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슈퍼루키 유창식과 외국인선수 오넬리 페레즈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물음표 전력이다. 군에서 제대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전력 자체를 확 바꿔놓을 만한 파급력을 지닌 선수는 없다. 이범호의 복귀가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보상선수도 크게 나쁘지 않다. 지금 한화는 선수 한 명이 급하다. 이범호는 종전 FA 보상제도를 소급 적용받아 한화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한화는 KIA가 선정한 보호선수 18명을 제외한 한 명의 선수를 이범호의 보상선수로 지명할 수 있다. KIA는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KIA는 이범호를 영입했지만, 당장 18명 보호선수를 짜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화는 지금 전 포지션에 걸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대화 감독은 "우리 팀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 때문에 철저하게 전력이 보탬이 될 실력을 우선시할 수 있다. 투수-야수를 가리지 않고 즉시 활용 가능하고 유망한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한대화 감독은 보상선수 지명 여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천천히 보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KIA가 먼저 보호선수 18명을 지정해야 한화도 선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히려 한 감독은 이범호의 KIA행으로 행여나 팀 분위기가 흐려질까 걱정스런 모습.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한 감독은 "지금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이번 일로 분위기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가세 여부를 떠나 선수들은 열심히 똘똘 뭉쳐 훈련 중이다.
이범호는 떠났다. 그러나 전혀 남지 않는 장사가 아니다. 한화가 과연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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