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도 후배들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초롱이' 이영표(34, 알 힐랄)가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29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1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이영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한 소회를 전했다.
이영표는 "대표팀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항상 힘을 주셨던 선배들과 함께 했던 후배들 그리고 여러 감독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통해 아시안컵 통산 16경기 출장에 성공한 이영표는 이운재(전남)와 이동국(전북)이 갖고 있던 최다 출전 기록(15경기)을 경신했다. 2000년 레바논과 2004년 중국,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 총 아시안컵 3회 출전으로 세운 기록이다.
이영표는 지난 1999년 코리아컵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2년간 부동의 측면 수비수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서 한국축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 이영표는 A매치 127경기를 소화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최다 A매치 출전 기록(135경기)을 경신할 것 같았던 그는 "기록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목적과 목표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면서 "아시안컵 최다출전 기록은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16경기라는 숫자보다 기억들을 더 가지고 가겠다"고 대답했다.

경기를 마친 후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19, 함부르크)의 목에 무등을 타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그는 밝은 얼굴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영표는 "1999년 부터 13년 동안 즐겁고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 위기의 순간들이었다"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등을 두드려 주었던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또 비판을 전해준 언론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대표팀에 대한 격려를 부탁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영표는 "대표팀이 앞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위기의 순간이 있을 텐데 후배들에게도 격려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아시안컵과 월드컵에서 지난 10년간 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은 성원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영표는 "한국축구의 전환점이 된 2002 한일 월드컵을 정말 잊을 수 없다"면서 "한국 축구로나 내 개인적으로나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됐기 때문에 대표선수로 활약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다"고 회상했다.
이영표는 경기에 앞서 '동반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등 은퇴 준비를 마쳤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후 은퇴를 계획했던 그는 조광래 감독의 부탁으로 이번 대회까지 출전하게 됐다.
이영표는 "남아공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번에는 모두들(은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후배들이 굉장히 조심하고 그러면서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열심히 해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은퇴의 변을 마쳤다.
10bird@osen.co.kr

<사진> 도하(카타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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