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줄여주겠다", 범호 향한 KIA의 배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1.30 07: 26

일본에서 힘든 시즌을 보내고 1년 만에 돌아온 선수. 그러나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다면 대권 재도전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위해 감독은 물론 구단도 배려 중이다. 공-수를 갖춘 3루수 이범호(30)와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원 소속팀 한화와 소프트뱅크의 이적 협상이 좌절되며 한 시즌 더 일본에 머무는 듯 했던 이범호는 지난 27일 KIA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계약기간 1년에 계약금 8억 원, 연봉 4억 원 등 총 12억 원에 계약 합의를 마쳤다. 그리고 이범호는 지난 29일 KIA 캠프지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게하마 구장에 도착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범호가 도착하기 전 팀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던 조범현 감독은 "(이)범호가 부담 갖지 말고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000년 한화서 데뷔한 뒤 통산 10시즌 동안 2할6푼5리 160홈런 526타점을 기록한 이범호는 3루 수비력과 장타력으로 보탬이 될 것으로 구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도 범호가 우리 팀에 오게 될 지 몰랐다"라며 살며시 웃은 조 감독. 이범호의 입단으로 최희섭-김상현-이범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구축이 가능해진 상황서 조 감독은 최근 한 언론사에서 보도된 8개 구단 클린업트리오 파괴력 순위에서 롯데에 이은 2위에 위치한 데 대해 묻자 조심스럽게 답했다.
 
"롯데 3번 타자 조성환은 거포라기보다 컨택 능력이 뛰어난 중장거리 타자이지 않은가. 클린업 트리오의 파괴력 기준을 컨택 능력이 아닌 장타력에 좀 더 비중을 놓고 본다면 우리도 승산이 있는 것 같다". 언제든지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들로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제 몫을 할 수 있는 이범호에 대한 바람도 숨어있다.
 
또한 전지훈련지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 프런트 측 또한 웬만해서는 이범호를 배려하고자 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범호가 소프트뱅크 시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당시에 대해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소프트뱅크서 이범호는 수월한 야구 인생을 전개하지 못했다. 꼭 1년 전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치렀던 이범호는 첫 날부터 아키야마 고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수비 자세가 일본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으로 인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소프트뱅크 3루 자리에는 운동능력이 좋은 마쓰다 노부히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해 2할5푼5리 19홈런 71타점 17도루를 기록한 마쓰다는 선구안 등 세기가 부족했으나 발 빠르기와 힘이 좋은 스타일이었다. 현역 시절 명 외야수로 활약했으나 첫 포지션은 3루였던 아키야마 감독이 선호한 선수. '이방인' 이범호가 마쓰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엄청난 활약이 필요했던 터라 선수 본인의 정신적 부담이 극심했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KIA인 만큼 적극적으로 영입한 이범호가 팀에 입단하자 조금 더 감싸안는 자세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관계자는 "이범호가 오면서 기존 등번호를 내줘야 하나 싶었는데 본인이 '비어있는 91번으로 하면 어떻겠나'라고 먼저 이야기하더라. 현재 팀 내서 코치 수업을 받고 있는 홍세완이 달았던 13번을 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전 선수로 뛰는 만큼 조금 더 1군 선수다운 번호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야구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감독과 구단의 배려. '야심작' 이범호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떤 활약상으로 보답하게 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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