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버림받은 'LEE' 일본의 영웅으로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1.01.30 06: 59

"감격스럽습니다...".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호주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말 그대로 혈투였다. 연장에서 승부가 갈린 가운데 그동안 크게 주목하지 않던 리 다다니리(일본)이 결승골을 터트렸다. 기가막힌 크로스를 발리슈팅으로 연결하며 일본에 통산 5번째 아시안컵 우승을 안겼다.
리 다다나리는 바로 이충성(26, 산프레체 히로시마).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 소속으로 폭발적인 득점포를 터트리며 승승장구한 재일교포 4세 이충성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2007년 일본으로 귀화한 뒤 곧바로 일본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에 선발돼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나섰던 이충성은 이번 발탁으로 성인 국제무대에 일본 대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충성이 잘 알려진 것은 굴곡진 인생 때문. 지난해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그는 '반 쪽발이'라는 이야기로 많이 알려졌다.
이충성에게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기억이 있다. 2004년 8월 중국과 평가전을 앞두고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됐던 것. 자신의 편이 되줄 것 같던 한국에서도 그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는 당시 '반 쪽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2007년 일본인으로 변했다. 이충성 대신 리 다다나리라는 이름을 쓰면서 일본인이 됐다. 이충성의 귀화를 권유한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소리마치 야스하루 감독에 의해 일장기를 가슴에 단 그는  잠시 주춤한 끝에 아시안컵 대표팀에 포함됐다.
이번 대회서 한국 취재진을 만난 그는 부족한 한국말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물론 완벽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 본인의 블로그에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써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자신이 축구선수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결승전서 연장에 출전한 그는 당당했다. 누구보다 인정받는 선수가 되기위해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그는 이날 경기서 단 한번의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조국에 아시안컵 5번째 우승을 안겼다.
경기를 마친 이충성은 일본 기자들과 만나 "최고의 멤버들과 함께 최고의 성적을 내놓았다"라면서 기쁨을 드러냈다. 한참동안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던 이충성은 한국 취재진이 부르자 부담스러운 얼굴을 했다.
얼마나 좋느냐는 질문에 이충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어느때 보다 기쁩니다"라며 짧게 대답했다. 많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그에게 재촉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심스러운 얼굴로 그는 "한국말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축구인'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그라운드서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고 축구인일 뿐이다"라며 "다시 말하지만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 그냥 열심히 할 뿐이다"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정확하게 한국 취재진에게 이충성은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뻔한 질문에도 그는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조국이라는 말을 영원히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등에 아직도 한국식 성인 'LEE'를 달고 있는 그는 골을 터트린 후 하늘로 활을 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새롭게 '축구인'으로 시작하겠다는 다짐과 같았다. 
 
 
 
10bird@osen.co.kr
<사진> 도하(카타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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