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는 꿈의 기록들이 쏟아졌다. 이대호는 역대 최초로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에 7년만의 40홈런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류현진도 2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17개 그리고 12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투타에서 굵직굵직한 대기록들이 나왔다. 그러나 프로야구에는 아직 오랜 시간 묵은 꿈의 기록들이 남아있다.
▲ 4할 타자
시즌 타율 4할. 진정한 의미의 꿈의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16차례 4할 타율이 나왔으나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75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는 4할 타자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원년 MBC 백인천이 4할1푼2리로 처음이자 마지막 4할대 타율을 찍은 것이 유일하며 이후 1994년 해태 이종범이 3할9푼3리를 기록한 것이 가장 근접한 사례. 올해 또 다시 4할 타자를 향한 도전이 이어진다. '타격기계' 김현수(두산)는 매년 거론되는 4할 타자 후보 중 하나. 양준혁이 후계자로 찍어놓은 선수다. 이외 이대호 홍성흔(이상 롯데) 등도 4할 타율에 도전해 볼만 타자들로 거론된다.

▲ 200안타
어쩌면 4할 타율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한 시즌 200안타는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1994년 해태 이종범이 때려낸 196안타가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1999년 LG 이병규가 192안타를 기록한 뒤로는 더 이상 근처도 가보지 못한 고지가 200안타다. 지난해 이대호가 174안타를 기록했는데 역시 200안타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이대호와 김현수처럼 타격이 좋고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들은 언제든 도전이 가능하다. 또한 이용규(KIA)처럼 발이 빠르고 타격에 재질이 있는 좌타자들도 기대된다. 순수 안타만으로 200안타를 때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 50홈런
역대 프로야구에서 50홈런은 딱 세 차례 있었다. 1999년 삼성 이승엽이 54홈런으로 처음 고지를 뚫었고, 2003년 이승엽과 현대 심정수가 각각 56홈런과 53홈런을 작렬시켰다. 지난해 이대호가 44홈런을 터뜨리며 7년 만에 40홈런 타자가 나왔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50홈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역시 이대호가 선두주자다. 지난해 9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최고 거포로 공인받았다. 홈런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2009년 홈런왕' 김상현(KIA)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79경기에서 21홈런을 터뜨린 김상현의 홈런 생산력도 가공할 만하다. 부상만 없다면 50홈런 벽을 깰 수 있는 선수들이다.
▲ 0점대 평균자책점
지난해 류현진은 192⅔이닝 동안 39자책점만 내줬다. 1990년대 이후 류현진보다 많이 던지면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91년 해태 선동렬(1.55)밖에 없다. 선동렬은 1점대를 넘어 0점대 벽까지 뚫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은 세 차례 있었는데 모두 선동렬이 했다. 1986년 0.99로 최초의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는 1987년(0.89)과 1993년(0.78)에 또 달성했다. 선동렬을 제외한 가장 근접한 투수는 1993년 OB 김경원(1.11)이었다. 당시 그는 규정이닝(129⅓)을 갓 넘긴 구원투수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0점대 평균자책점은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더 어렵다. 결국 선발투수 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괴물스런 류현진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 20승 투수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20승은 총 15차례 나왔다. 그러나 1990년 이후로 한정하면 5차례밖에 없고, 2000년대 이후로 또 좁히면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가 유일하다. 토종 투수는 1999년 현대 정민태가 마지막이다. 그만큼 갈수록 힘든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 마운드 분업화에 따른 선발 로테이션의 정착이 가장 큰 이유. 5인 로테이션으로 가정할 때 한 시즌 평균 26.6회 정도인데 많아야 30회 정도 선발등판할 수 있다. 2007년 리오스는 역대 2번째에 해당하는 33회 선발등판 기회를 가졌는데 시즌 후반 우천 순연경기가 늘어난 덕을 본 케이스였다. 게다가 투수 승리는 투수 혼자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타선과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화 류현진보다 SK 김광현이 더 유리하다. 지난해 12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에 이어 올해는 12년만의 토종 20승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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