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대표를 거쳐 베이징 올림픽 최종 엔트리까지 드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던 선수가 있다. 바로 김승용(26, 감바 오사카)의 이야기다.
한때 국가대표팀에도 부름을 받았던 김승용이지만, 지난 시즌에는 K리그서 단 5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2004년 부평고 졸업 직후 데뷔해 14경기에 출전해 2도움을 기록한 이후 최악의 부진이었다.
이에 대해 김승용은 최근 OSEN 사무실서 가진 인터뷰서 "그런 부상은 축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심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며 "지난 시즌은 많이 배우고 느낀 한 해였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축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고 답했다.

이어 "팀을 따라가려고 노력을 하다가 부상을 계속 당했다. (최)태욱형이 이적하고 출전 기회가 늘어나지만 부상이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이후에도 몸 상태를 완벽하게 준비하니 이번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갑자기 찾아왔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재발했다"며 "최강희 감독님도 부상이 안타깝다고 말하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승용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바로 J리그 감바 오사카의 이적 제안이 들어온 것. 전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는 쟁쟁한 측면 공격수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최강희 감독의 스타일을 김승용이 따라가지를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승용은 "지난해 부상도 많았던 데다 감독님 스타일에도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력은 계속 떨어졌고 부상은 계속 찾아와 정말 힘들었다. 그러던 중 일본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감바서 윙포워드는 물론 윙백까지 소화해낼 다양한 스타일의 측면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적을 결심했다. 이번 이적은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국내서 못한 것들을 꼭 이뤄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처음 경험하는 일본 무대. 그만큼 문화적인 요소나 소속팀 감독의 스타일을 모두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승용은 "일단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차 안에서 매일 회화 CD를 듣고 있다. 일본어를 전혀 몰라서 인사말 등을 익히고 있다. 그나마 같은 팀에 고교 동창 이근호가 있어서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면서 "(조)재진이 형은 처음에 혼자라 힘들었다고 했는데 난 정말 큰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승용은 자신이 뛸 감바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측면 공격수와 윙백 등 멀티 플레이어로 기용될 것 같다. 감독님이 크로스를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킥에는 자신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엔도 야스히토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어 전담 키커는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의 파이터 정신을 앞세워 어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감바는 이번 시즌 J리그 대표자격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물론 김승용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다. 김승용은 같은 조에 속한 제주 유나이티드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FC 서울과 전북에 이어 좋은 팀으로 가게 됐다. 이번에 제주와 AFC 챔피언스리그서 한 조에 배정됐는데,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무조건 이기겠다. 감바가 톱 클래스의 클럽인 만큼 AFC 챔피언스리그와 J리그 우승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이번 시즌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김승용의 목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군대서 전역한 후 2년 동안 뭘 했는지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번에 J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팀으로 왔으니 주전 경쟁서 자리를 잡아 팀에 녹아든 다음 감바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기록은 일단 신경을 쓰지 않는다. 유럽 진출 생각도 없다. 지금에 최선을 다한 다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내내 김승용의 표정은 밝았다. 말투도 시원시원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아직 26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군대도 다녀왔기 때문에 앞으로 걱정은 없다. 단지 축구에 대한 생각 하나만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남았다.
김승용은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서 일어나면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말로 성공하지 않으면 한국으로 오지 않겠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혀 허풍으로 들리지 않았다. 김승용이 지금과 같은 열의를 가지고 이번 시즌을 맞이한다면 국내로 돌아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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