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정관장배 7연승 바둑 문도원 2단
집중력 좋아진다는 부모님 권유에 7살 때 시작
밤 10시까지 공부…사활 문제 많아 반복 풀이

내친김에 10연승 도전…올 목표는 국내 타이틀
[이브닝신문/OSEN=서영도 기자] 문도원, 신데렐라가 됐다. 바둑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앳된 소녀가 제9회 정관장배 국가대항전에서 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문도원(20) 2단은 지난 1월8일 중국에서 열린 정관장배 대회에서 일본의 아오키 기쿠요 8단을 제물로 14일까지 7명의 중·일 기사를 잠재우며 2년 전 중국의 송룽후이(宋容慧) 5단이 세운 6연승도 갈아치웠다. 3월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리는 2차대회에선 중·일 선수 합쳐 3명만이 남아 한국의 우승이 유력한 가운데 문2단의 10연승 여부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대항전 10연승은 1997년 제5회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서봉수 9단이 세웠던 9연승을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그의 선전을 기원하며 지난 25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 언제 바둑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두게 됐나요. 특별히 도움을 준 사람이든지 계기가 있는지요.
▲바둑은 7살 때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바둑을 배우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언니랑 함께 했어요. 그땐 집이 부산이었는데 어머니 직장문제로 대구로 이사해서 바둑공부를 했어요. 그땐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대구의 선생님이 서울행을 권유해 서울로 오게 됐어요. 초등 5학년 방학 때 바둑잡지에서 서울의 강만우 사범님 도장을 찾아 한 달간 공부했어요. 그때부터가 바둑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 때문에 온 가족이 다 올라온 거죠. 1년이 안돼 강 사범님의 소개로 장수영 사범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 셈이죠.
- 정관장배 7연승, 문2단도 뜻밖이었죠. 여섯 판이 역전승이었는데 평소엔 어떤가요? 역전승이 많은가요.
▲역전바둑이 아무래도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엔 굉장히 나쁜 바둑에서 심하게(?) 뒤집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대의 실수로 이긴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쉽게 이길 수 없었죠. 연구생 때도 역전승이 많았어요. 이번에도 확실히 느꼈지만 초반 바둑에 문제가 많았어요. 제가 승부를 낼 수 있는 게 수 싸움이라… 포석이 약해서 보완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 대회 전 찍은 기념사진을 보니까 다른 기사들과 달리 약간 긴장돼 있는 거 같던데요.
▲저는 긴장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땐 진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거예요. 다른 선수들이 긴장되냐고 물었지만 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무의식중에 긴장됐나 봐요. 제가 원래 표정이 없어서 좀 경직되게 보였을 수도 있어요.
- 장수영 사범은 문2단이 성격은 이창호, 기풍은 이세돌을 닮았다고 하던데. 그럼 거의 완벽한 기사처럼 들리네요.
▲두 사범님을 보면 극과 극이란 느낌이 들어서 그러신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진 않아요. 성격은 말이 없고 잘 표현을 안해서 이창호 사범과 비슷하다고 한 것 같고, 제 바둑도 항상 수싸움에서 승패가 갈리다 보니까 이세돌 사범을 닮았다고 하신 것 같아요.
- 어떤 기사의 기풍이 가장 끌리나요.
▲이세돌 사범의 바둑이 재미는 있는데 싸움이 너무 어려워서 힘들어요.
-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요. 하루 일과는요.
▲매일 한국기원에 11시까지 나와서 오후 5시쯤 끝나면 장 사범 도장에 가서 또 공부해요. 거기서도 연구생들과 같이 있는데 밤 10시까지 할 때도 있어요. 한국기원에선 개인 공부를 하는데 기보도 보고 사활을 풀고 그래요. 사활은 문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푼 문제를 또 풀고 해야 맥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 걸 반복적으로 매일 해요.
- 기보를 보면 누가 두었는지 알 수 있는지요.
▲딱 누구라고 알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누구 바둑이다 하고 감을 잡을 땐 있어요.
- 바둑 외 취미나 특기는 뭔가요.
▲지금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역시 역동적인 느낌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젊은 또래들이 보는 드라마나 뭐 이런 거는 거의 못 보겠네요.
▲저는 티브이를 별로 안 봐요. 가끔 음악프로정도 챙겨 보는데 티브이를 오래보면 좀 그렇더라고요.
- 다른 기사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제 친구들은 노래방을 자주 가요. 저도 그러는 편이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기사들은 수다를 떨기도 해요.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죠.
▲바둑을 그만 두고 싶어질 때가 있었어요. 입단 3년째인데 두 번쯤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3년도 안 해 봤는데 내가 그만두면 너무 어리석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 요즘은 인터넷 바둑을 많이 두는데 혹시 두나요.
▲작년에는 한 달에 10판 정도는 꾸준히 뒀는데 올해엔 두지 않았어요. 물론 다른 아이디로 두지요.
- 바둑 배우고 싶은 사람들한테 방법을 좀 알려 주세요.
▲제가 큰 경험을 못해봤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에서 자기 급수에 맞는 사람과 두면 좋을 것 같고 직장인들에겐 회사 내에 동아리 같은 것도 도움이 될듯해요. 또 요즘은 프로 사범들이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1대1 지도대국이나 다면기를 두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 이번 설에 뭐 하나요.
▲집에서 차례 지내고 그냥 지낼 거 같아요. 우리가 큰 집이라 어디 내려가진 않아요.
- 올해 목표는?
▲3월에 있는 정관장배에서 계속 이겨 10연승까지 가고 싶고 국내 타이틀도 꼭 하나 따고 싶어요.
cosmos@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 문도원은 바둑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 같았다. 인터뷰 중에 ‘혹시 내가 공부하는 시간을 뺐고 있지 않나’ 하는 살짝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말은 차분하고 침착했지만 내면은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3월22일 그의 대국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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