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역시 전체 1순위 오세근이었다. 그를 지명한 안양 인삼공사는 대박에 환호했다. 또 다른 화제는 친아버지와 한솥밥을 먹게 된 최진수와 대구 오리온스였다. 상대적으로 2순위로 서울 SK에 지명된 김선형(22·187cm)은 묻힌 모양새였다.
하지만 김선형을 지명한 SK 신선우 감독은 "우리가 원했던 선수를 뽑았다"며 은근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SK는 조용한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오세근-함누리와 함께 중앙대 무적시대를 이끌었던 김선형은 대학 리그 최고의 가드였다. 타고난 센스와 스피드에 실전서 덩크슛이 가능한 가공할 운동 능력으로 코트를 활기 넘치게 누볐다. 날카로운 돌파와 속공에 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포인트가드부터 스몰포워드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슈팅가드 포지션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라는 평가. 게다가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춘 공수 양면에서 쓰임새가 많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SK는 각 포지션에 이름값이 대단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주희정 김효범 방성윤 김민수 등 호화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확실한 팀 색깔이 불분명하고 궂은 일을 해줄 수 있는 살림꾼이 없다.
김선형은 바로 그런 SK의 톱니바퀴가 막힘없이 굴러가게끔 기름칠 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스피드가 좋아 트랜지션 게임에 능하다. 이는 곧 주희정이 추구하는 스피드 농구와도 부합한다. 신선우 감독도 "스피드 농구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닮고 싶은 롤모델로 '살림꾼의 대명사' 강혁(삼성)을 꼽았다. 강혁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두루 소화하는 리그 최고의 듀얼가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농구를 알고 한다는 평가를 받는 알뜰한 살림꾼이다.
김선형 스스로 "SK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처했다. 작은 신장에도 가공할 탄력으로 덩크슛을 터뜨릴 만큼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지만 내실있는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김선형의 의지다.
SK에는 2~3번 포지션에서 특급 선수들이 많다. 김효범과 방성윤 그리고 변기훈도 있다. 하지만 김선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느 팀에 가든 포지션 경쟁은 당연하게 한다. 오히려 경쟁자가 많아 같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효범이 형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선형의 말이다.
이어 그는 "내가 가진 장점이 스피드다. 최대한 빠른 농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주희정을 중심으로 한 시원시원한 스피드 농구의 조력자로 자질은 충분하다.
김선형은 무엇이 부족한지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외곽슛과 웨이트를 보완해야 한다. 힘을 조금 더 키우면 플레이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깝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국가대표팀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아깝게 탈락했는데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다시 뽑아주시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것이 김선형의 포부다.
내실있는 2순위 김선형의 가세가 다음 시즌 SK 농구에 어떤 새바람을 몰고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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