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참이라면 방졸이 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한 한화 투수조 가운데 4번째 고참인 송창식(26)은 군말없이 방졸을 맡고 있다. 그가 방장으로 모시는 사람은 투수조 '최고참' 박정진(35). 세광고 9년 선후배 사이라는 인연의 고리로 맺어진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2011년 한화 마운드 부활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박정진은 외모만 보면 투수조 최고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안. 항상 러닝에서도 독주를 할 정도로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한다. 그런 박정진의 송창식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언제나 애틋함이 있다. 그는 "창식이와 인연이 각별하다. 교생 실습을 나가서 처음 말을 건넨 학생이 바로 창식이었다. 창식이가 2004년 프로에 입단한 후 처음으로 방을 썼던 선수도 바로 나"라며 송창식과의 인연을 꺼냈다.
지난해 방출 위기를 딛고 56경기에 나와 79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4패10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06으로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펼친 박정진은 후배 송창식의 부활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송창식은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2004년 26경기에서 8승7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5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달리다 2007년 말 버거씨병을 판정받고 은퇴의 길을 택했다.

2008~2009년 2년 동안 모교 세광고에서 코치로 일한 송창식은 야구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병세가 호전되자 그는 테스트를 통해 다시 친정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는 송창식에게 있어 방출 위기를 딛고 화려하게 비상한 박정진은 희망의 상징이다. 그는 "정진이 형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정진이 형도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아 편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박정진은 송창식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야구는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특히 창식이는 부상 경력이 있기 때문에 힘으로만 승부하려고 하면 안 된다. 나도 마운드에서의 여유와 운영에 대해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지만, 창식이가 더 빨리 깨우치고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박정진의 바람. 송창식도 "정진이 형이 나를 잘 이해해주고 있기 때문에 파워 피칭보다 제구와 경기운영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밝혔다.
박정진은 "창식이는 성격이 조용하고 정말 야구밖에 모른다. 나랑 성격이 잘 맞아 이야기하기 편하다. 잘 듣고 해보려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며 후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지난해 자신처럼 시련을 딛고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송창식도 "야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악물었다. 한 방을 쓰는 9살 선후배의 끈끈한 정에는 좌절과 시련 그리고 도전과 극복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화의 팀 사정도 그렇다. 이들이 곧 한화의 키워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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