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보다 더 화려한 그들이 있다. 남자 나이 마흔부터라고 했던가. 순수한 20대보다, 치열한 30대 보다 더욱 빛나는 충무로 ‘불혹’을 넘긴 아저씨들. 그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요즘이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사로잡고 있는 세 남자가 있다. 바로 영화 ‘조선명탐정’의 김명민(40)과 ‘평양성’ 정진영(48), 그리고 ‘글러브’의 정재영(42). 충무로를 주름잡고 있는 그들의 활약은 어디까지 일까.
지난 1월 2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이 작품에서 김명민은 ‘연기본좌’답게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그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조선명탐정’에서 꽃은 뭐니 뭐니해도 김명민이다. 허당과 천재 사이를 넘나들며 조선을 뒤흔든 거대한 스캔들을 파헤치는 ‘명탐정’ 김명민은 시종일관 진지와 코믹 사이를 넘나든다. 사건을 파헤치러 갔다가 오히려 살인범으로 몰리고, 사람에게도 모자라 개한테 까지 쫓기는 신세가 된 조선의 명탐정 김명민의 특기는 ‘36계 줄행랑’이다.
조선시대 불패의 신화를 남긴 ‘불멸의 이순신’에서부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외과과장 장준혁(드라마 ‘하얀거탑’ 중)을 거쳐 거침없이 ‘똥덩어리’를 외치는 강마에(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중)까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던 그다.
올해로 꽉 채운 마흔이 된 그가 ‘개장수’ 오달수와 콤비플레이를 펼칠 때면 어느 개그콤비 못지 않는 코믹 본능을 발산하니 진정 연기달인이다.
48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백발의 노인으로 변신한 그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 정진영이다. 8년 전 마흔줄에 접어들었을 때 영화 ‘황산벌’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신라의 김유신 장군으로 분했던 정진영은 8년 후 ‘평양성’에서 유일한 친구가 동네 똥강아지인 치매 노인이 됐다.
‘늙은이’란 타이틀을 무기(?)로 아군과 적군을 모두 교란하는 정진영은 영화 ‘평양성’에서 이문식, 류승룡, 윤제문 등 충무로에서 한가닥 하는 연기파 배우들 틈에서도 단연 빛났다. 극의 절대적인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정재영이 등장할 때면 영화는 한층 신뢰를 더하고, 무게를 갖는다.
특히 정진영은 코믹과 진지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 중 하나다. 관객에게 확실히 각인된 영화 ‘약속’을 시작으로 1000만 영화 ‘왕의 남자’와 ‘이태원 살인사건’ 등의 작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정점을 이뤘고, 코믹 영화 ‘달마야 놀자’와 ‘황산벌’ 그리고 ‘평양성’이 그랬다.
정재영 역시 40대 남자배우의 파워를 보여주는 배우 중 하나다. 1월 17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영화 ‘글러브’에서 정재영은 한물 간 야구선수로 분했다.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사고나 치고 다니는 퇴물 야구선수로 분한 정재영은 마치 실제 모습이 아닐까 착각을 불러일으킬 듯 한 리얼한 모습으로 ‘연기 아닌 연기’를 해냈다.
40대 배우의 여유일까. 지난해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했던 영화 ‘이끼’의 섬뜩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서슬 퍼런 눈으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호령했던 그 노인이 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뛰고 구르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배우는 배우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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