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심정이 어떠냐고요? 김응룡 전 해태 감독이 부러울 정도라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신태용(41) 성남 감독이 지난달 28일 전라남도 광양에서 전지훈련을 치르면서 꺼낸 얘기다. 평소 호탕한 인물로 평가받던 그였지만 표정에는 답답한 심정이 절로 묻어났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작년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선수단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축구계 관계자는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주축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는데 누가 웃을 수 있겠는가. 불과 2개월 전까지 K리그 우승을 노리겠다며 준비하던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이 전지훈련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고 귀띔했다.

▲ "몰리나도 없고, 성룡이도 없고..."
신태용 감독의 처지가 빈한해진 까닭은 역시 성남의 재정이 어려워진 데 있다. 과거 수원 삼성, FC 서울과 함께 K리그의 빅3으로 불렸던 성남은 올해 시민구단보다 열악한 살림살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성남이 올해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기는커녕 팬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을 팔아치우는 이유다.
성남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전광진과 조병국이 각각 중국과 일본으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최성국, 정성룡(이상 수원 삼성), 몰리나(FC 서울) 등이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았다. 여기에 김철호가 군에 입대하고 라돈치치는 십자인대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해 사실상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 빠져 나간 셈이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고 프로야구계를 호령했던 김응룡 전 해태 감독이 1990년대 후반 유행시켰던 "우,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당시 해태 또한 모기업의 경영난 탓에 긴축재정을 펼치면서 주축 선수들을 밖으로 팔아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금 내 심정이 어떠냐고요? 김응룡 전 해태 감독이 부러울 정도라면 이해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물은 뒤 "몰리나도 없고, 성룡이도 없고...라고 말하면 되겠군요. 우리 팀은 신인들의 천국입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 "그래도 다시 한 번..."
신태용 감독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최근 성남의 줄기찬 이적이 그의 결정이라는 악성 소문이다. 일부 팬들은 신태용 감독이 성남을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답답하다. 그는 이적에 관여할 권한이 없고 이번 사태는 그가 바라는 결과도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은 "팬들의 불만은 이해한다. 나도 가슴이 아프다. 감독이 좋은 선수를 데리고 싶어하지 내보내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성남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국내 모 구단에서 감독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 성남과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신의를 지킬 필요가 있고 자신이 떠나면 그 밑에서 피땀을 흘리던 선수들을 버리는 꼴이라는 생각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내가 나가면 선수들은 희망이 없어진다"고 했다.
오히려 신태용 감독은 어려운 처지에서 다시 한 번 도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던 신태용 감독은 휴식도 없이 전남에서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신태용 감독은 "작년에도 우승 전력이라는 소리는 못 들었다. 그런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면서 "개인 기량보다는 조직력이다. 선수들은 나를 믿고, 나는 선수들을 믿고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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