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내에서 유일하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눈치를 본 선수이다”.
김경문(53) 두산 베어스 감독은 우완 투수 임태훈(23)만 보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가운데 김 감독은 임태훈의 훈련을 이따금씩 지켜볼 때면 “하늘이 도왔다. 천운이 있는 것 같다”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사령탑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한 켠에는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소속팀의 애제자인 임태훈을 제외하고 KIA 우완 투수 윤석민을 발탁한 일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임태훈이 부진에 빠지는 바람에 윤석민을 대체선수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고 윤석민은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살갑게 얘기를 건네기보다는 믿음으로 감싸는 스타일인 김 감독이자만 임태훈에게 만큼은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임태훈이 극적으로 막판 합류, 금메달을 목에 걸자 김 감독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최근 전훈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내가 팀내에서 유일하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눈치를 본 선수이다. 그래도 천운을 타고났다. 원래 아픈 김광현(SK)의 대체 선수를 뽑으면 같은 팀에서 뽑는 게 우선인데 태훈이가 포함됐다”면서 “태훈이는 정말 그릇이 큰 선수다. 행동과 사고가 남다르다”고 평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행동이 진중하고 사고가 깊다는 의미이다.
감독의 평처럼 임태훈은 남다른 면모를 보인다. 전지훈련지에서는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할 뿐만아니라 쉬는 시간에는 주로 독서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이번 전지훈련에도 책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참가했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서 허리 통증을 참고 역투를 펼치기도 했다. 모자챙 안쪽에 ‘허리님 버텨주세요’라고 써넣고 호투하는 등 당찬 선수로 남다른 의지를 보여줬다.
올 시즌은 김 감독의 구상에 따라 불펜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전망이다. 김 감독은 임태훈이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한다며 올 시즌은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임태훈도 “보직은 상관없다. 올 시즌은 명예회복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마음과 허리의 부담을 털어낸 임태훈이 프로 5년차를 맞아 활짝 비상할 태세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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