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더 밀리면 힘들어진다. 그야말로 벼랑 끝.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로 2011시즌을 맞이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2011년은 생존 싸움이다. 부활이 절실한 남자들이 2011년 그라운드에 우글거리고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두산 고영민이 대표적이다. 고영민은 한 때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2루수였다. 빠른 발과 번뜩이는 센스로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쳤고, 외야 잔디까지 확장한 드넓은 수비범위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여기에 날카로운 한 방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결승전 마지막 병살 플레이를 이끌어낸 것도 고영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매년 하락세를 거듭했다. 그 사이 두산의 주전 2루수도 오재원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006년 이후 고영민의 타율은 4년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타율로는 나타나지 않는게 고영민의 가치였지만 최근 2년 사이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장타는 감소했고, 삼진만 쌓여갔다. 김경문 감독은 오랫동안 믿음을 보였으나 부상까지 겹치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올해는 그 기대의 마지노선이 될지도 모른다. 고영민은 등번호를 14번에서 3번으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 간절함을 그라운드에서 폭발시켜야 한다.

삼성 윤성환도 비슷한 입장이다. 선동렬 전 감독 체제에서 윤성환은 황태자였다. 2008~2009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사자 군단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2009년에는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묵직한 볼끝과 낙차 큰 커브의 조합은 윤성환을 단박에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누가 보더라도 '삼성의 에이스'는 윤성환이었다. 그러나 에이스의 지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 윤성환은 추락했다. 28경기에서 3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5.91. 묵직한 공이 이상하리만큼 타자들에게 맞아나갔다. 어깨와 무릎 등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볼끝에 힘을 싣기 어려웠다. 그 사이 에이스의 자리는 장원삼과 차우찬 그리고 돌아온 배영수에게 넘어갔다. 윤성환은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를 애지중지했던 선동렬 감독도 없다. 오로지 실력으로 위기를 넘어야 한다.
그래도 고영민과 윤성환은 젊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그러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베테랑들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연봉이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무려 90%가 깎인 LG 박명환은 선수생명을 걸고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넥센의 두 베테랑 김수경과 황두성도 고액연봉자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넥센이라는 팀에서 고액연봉자의 입지는 더욱 좁을 수밖에 없다. 부활을 위해 삼성을 떠나 SK로 이적한 박진만도 주목해야 할 부활 대상이다.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어깨 수술 후 5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단계에 있는 한화 장성호는 누구보다 부활이 절실하다. 부상에서만 벗어나면 3할 타율도 문제없다. 지난해 아예 개점휴업한 롯데 에이스 손민한도 어깨 재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아직 복귀 시기를 결정짓기에는 이르지만 부활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적합한 선수가 바로 손민한이다. 부산 팬들은 기약할 수 없지만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 게 손민한의 부활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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