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32, 라쿠텐 투수)이 일본 무대 평정에 나선다. 김병현은 라쿠텐 골든 이글스와 1년간 계약금을 포함해 3300만엔에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1일부터 구메지마 캠프에 합류해 담금질에 나섰다. 5일 구메지마 야구장에서 만난 김병현의 표정 속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에게 캠프 합류 소감을 묻자 "힘들다"고 농담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통산 86세이브를 따냈던 그는 미국과 일본 야구의 차이에 대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제대로 배워 운동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수들을 만나 좋은 투구폼을 갖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 써먹었지만 미국 선수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겼다. 일본 또는 한국에서 그런 부분을 고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김병현과의 일문일답.

-2월 1일 캠프에 합류한 뒤 5일이 지났다. 미국과 일본 야구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제대로 배워 운동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수들을 만나 좋은 투구폼을 갖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 써먹었지만 미국 선수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겼다. 일본 또는 한국에서 그런 부분을 고치고 싶었다.
-코칭스태프에서 하체를 활용한 투구를 강조한다고 들었다.
▲단순히 하체 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활용해 던져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편하게 던지는 습관이 생겼다. 국내 무대로 복귀한 선수들을 보니까 많이 좋아진 것 같더라.
-박찬호(오릭스 투수)는 마운드가 다소 무르다고 표현했다. 공인구와 마운드 적응에는 어려움이 없는가.
▲다소 무르긴 하다. 그렇다고 안 던질 수 없지 않냐. 적응해야 한다.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하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야쿠르트에서 활약 중인 임창용이 언론을 통해 "일본에는 뛰어난 좌타자가 많고 커트 능력이 뛰어나다"고 조언했다.
▲창용이형의 구위는 나보다 훨씬 좋다. (웃음) 우선 그런 부분을 의식하는 것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좌타자든 우타자든 스트라이크존이든 공이든 마운드든 신경쓰지 않고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센트럴리그 잠수함 마무리 임창용과 퍼시픽리그 잠수함 마무리 김병현의 대결 구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대결 구조는 무슨. (웃음) 3년간 쉬었는데 무리인 것 같다. 항상 똑같은 말이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어야 자신있게 던지는데 아직 그게 안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계속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한다.
▲그렇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남들과 경쟁할 수 있다. 자신에게도 잘 던진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들과 맞붙을 수 있겠냐.
-퍼시픽리그에 소속된 이승엽(오릭스), 김태균(지바 롯데)과의 맞대결도 기대된다.
▲두 선수 모두 정말 잘 친다. (웃음)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이승엽과 통화한 적이 있나.
▲아직 못해봤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해 많이 바쁘지 않겠냐. 친선 경기를 하게 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100세이브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진짜 만족할 만큼 공을 던져 세이브를 따낸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즉 수치에 비해 만족도는 떨어진다. 공을 던지며 '잘 던졌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아쉽다. 일본 무대에서 아쉬움을 떨쳐내겠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김병현은 한신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보다 낫다"고 호평했다.
▲너무 과찬이다. 조용히 지내면서 언젠가는 좋아질 날만을 기다리며 내가 해야 할 부분만 하겠다.
-실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먼저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져보고 구위 및 보완점에 대해 생각하겠다. 독립리그에서도 구위가 좋지 않았지만 수치상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곳에서도 처음에는 좋지 않았는데 점점 나아졌다. 일단 타자들이 내 공을 어떻게 치는가 봐야 하지 않겠냐.
-아직 보직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무리 투수가 어울릴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마무리 투수에 대해 일종의 압박감이라고 할까. 마무리는 뭔가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중간 계투로 나서 1이닝을 던지든 마무리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지든 똑같다는 마음으로 세 타자를 잡겠다고 나서면 참 쉽다.
-위기를 즐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니다. 그런 것보다 약간 무덤덤하다. 개의치 않는 편이다.
-올 시즌 가장 하고 싶은게 있다면.
▲투수는 안타 또는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삼진으로 처리하든 맞춰 잡든 타자를 아웃시키고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인데 내 공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으면 뭔가 깊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몇년간 혼자 고민했다. 옆에서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이론적으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몸이 안 움직였다. 그걸 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
what@osen.co.kr
<사진>구메지마(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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