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입담' 이호준(35)이 SK 와이번스의 주장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일본 고치에 차린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69) SK 감독은 최근 이호준을 올 시즌 주장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호준은 2008년에 이어 3년만에 주장 완장을 다시 찼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주장 자리를 놓고 심사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한 김재현의 카리스마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통솔력과 포용력까지 겸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팀 주장들이 모두 대표를 정했지만 김 감독은 기다려야 했다. 이호준을 포함해 주전 대부분이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머물러 주장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이호준을 비롯한 큰 이승호, 작은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 송은범, 박진만, 권용관 등이 고치로 건너갔다. 31일에는 김원형과 정대현이 합류했다. 그제서야 김 감독은 주장이 이호준이라는 것을 공표했다.
김 감독은 "이호준이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면서 "올해는 아프지 않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 볼만 하다. 이제는 잘할 때도 됐다"고 이례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호준은 특유의 친화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고참이면서도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단 막내까지 두루 살필 줄 알고, 공과 사를 정확하게 구분지어 일처리가 깔끔하고 분명하다는 평가다.
이호준에게 주장 직함은 부담일 수 있다. 지난 2007시즌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호준은 2008시즌을 앞두고 4년간 최대 34억 원이라는 FA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장으로 뽑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왼 무릎 수술 때문에 단 8경기만 뛴 채 시즌을 접어야 했다. 주장자리도 김원형에게 넘겨 2년 연속의 우승은 선수단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2009시즌에는 16홈런에 2할9푼8리의 타율로 부활 기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오른 무릎까지 수술해야 했다. 지난 시즌 5월에 복귀, 8홈런 2할7푼8리를 기록해 부활의 여지는 그나마 남겨 놓았다.
하지만 이호준은 이런 부담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 "감독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신 끝에 정하신 것 같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잘해내겠다는 자신감도 있다"는 이호준은 "개인적으로는 2008년 징크스를 깨고 네 번째 우승을 이끈 주장으로 남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호준은 이미 "2011년은 중요한 해"라고 밝힌 바 있다. FA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지만 3년 동안 괴롭히던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져 정상인과 같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특히 "지난 FA 3년 동안의 성적은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그렇다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던 이호준은 "올해 목표는 30홈런"이라며 "타율보다는 홈런에 주력하겠다"고 통산 210홈런을 친 거포로서 명예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
<사진>이호준/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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