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지석 미국 통신원] 박찬호가 LA 다저스를 떠나 FA 대박을 터뜨렸던 지난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유격수로, 마이클 영이 2루수로 환상의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당시 로드리게스의 연봉은 2천500만달러인 반면, 영은 메이저리그 최저인 25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두 선수의 연봉 차이가 무려 100배에 가까웠지만 영의 활약은 로드리게스와 견줄 정도로 눈부셨다.

레인저스의 우승을 위해 영입했던 로드리게스는 양키스로 이적했고, 영은 레인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했다. 로드리게스의 뒤를 이어 유격수로 보직을 변경했던 영은 지난 시즌부터 신예 엘비스 앤드루스에게 자리를 내주고 3루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불과 1년만에 영은 또 다시 3루수 자리를 내줄 처지가 됐다. 오프 시즌 동안 레인저스가 5년에 8천만달러의 조건에 애드리안 벨트레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영의 계약은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고, 평균 연봉은 무려 1천600만달러나 된다.
2011년 레인저스는 2루수에 이안 킨슬러, 유격수에 앤드루스, 3루수에 벨트레가 주전으로 나서게 된다. 1루수로는 좌타자인 밋치 모어랜드와 우타자인 마이크 나폴리가 번갈아 나서게 된다. 도무지 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에 대해 론 워싱턴 감독은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시즌 개막전 지명타자는 영이 맡게 될 것"이라며 "나폴리는 상대 팀 좌완 투수가 등판할 경우 1루수로 나서게 된다. 영은 지명타자 겸 전천후 내야수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지난 시즌 레인저스의 지명타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였다. 레인저스는 게레로에게 500만달러 안팎의 연봉을 제시했다 거절을 당했고, 게레로는 최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1년 800만달러의 조건에 합의했다.
현재로서는 영만한 타력을 지닌 지명타자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1천6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를 지명타자로 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따라서 레인저스는 영의 트레이드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여러 구단이 영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콜로라도 로키스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로키스로서는 레인저스가 영의 연봉 중 상당 부분을 감당해야만 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실제로 딜이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시즌 레인저스는 팀 역사상 처음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클리프 리의 잔류를 확신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레인저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타력으로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형편이다. 지난 시즌 레인저스는 2할7푼6리의 팀 타율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만약 영이 레인저스에 잔류한다면 역사상 가장 몸 값이 비싼 지명타자로 남게 될 것이다. 쓰자니 연봉이 아깝고, 버리자니 영의 기량이 워낙 출중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레이저스 구단의 선택은 무엇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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