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2인자 꼬리표' 과연 누가 뗄 것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06 07: 42

지난해 9월이었다. 타격 4개 부문에서 이대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던 롯데 홍성흔이 한화 류현진에게 농담 한마디 던졌다. "2인자 클럽을 만들테니 너도 들어올래?". 류현진이 흠칫하며 한발짝 물러서자 홍성흔은 "그럼 (김)광현이한테 연락해서 2인자 클럽에 들어오라고 해"라며 껄껄 웃었다. 결국 홍성흔은 4개 부문에서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홍성흔에게 2위는 어색하지 않는 수식어다.
두산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2위 인생이 시작됐다. 그해 홍성흔은 3할3푼1리라는 고타율로 타격왕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팀 후배 김현수가 3할5푼7리로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롯데로 이적한 2009년 첫 해부터 3할7푼1리라는 가공할 만한 타율을 마크했다. 역대 프로야구 7위에 해당하는 고타율. 그러나 LG 박용택(0.372)이 딱 1리 더 높았다. 역대 가장 높은 타율로 타격 2위를 차지한 선수가 바로 2009년 홍성흔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0년에도 2위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3할5푼이라는 놀라운 타율에도 불구하고, 이대호(0.364)의 벽에 가로막혔다. 프로야구 최초로 3년 연속 타격 랭킹 2위라는 보기 드문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홍성흔흔 "4년 연속 타격 2위로 아무도 못 따라오게 하고 싶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누군들 1위하기 싫어하겠나. 2위도 1위를 하지 못한 실력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진중하게 말했다.

홍성흔이 2인자 클럽으로 유혹한 SK 에이스 김광현도 2인자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지난해 다승 1위를 차지했으나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는 2위에 머물렀다. 류현진이라는 거물이 그의 앞을 막았다. 김광현은 데뷔 후 무서운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최고 중의 최고 소리까지는 듣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류현진 때문이다. '왜 하늘은 김광현을 낳았고 또 류현진을 낳았나'라는 주유와 제갈량의 이야기를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아직 김광현과 류현진은 현재진행형이다. 류현진이라는 뛰어넘어야 할 목표가 있어 더욱 더 이를 악물게 된다. 이미 2008년과 2009년에는 기록상으로 류현진에 근소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지난해 김광현은 충분히 최고 투수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경쟁은 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다.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요원 중 하나로 거듭난 두산 고창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16홀드를 거둔 고창성은 정현욱(삼성)과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 권혁(삼성)이 21홀드로 따냈다. 2010년 고창성은 2009년 권혁보다도 1개 더 많은 22홀드를 거뒀다. 그러나 팀 선배 정재훈이 23홀드로 고창성을 한 발 앞섰다. 2년 연속 홀드 부문 2위라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올해는 홀드왕 도전 3수째가 된다. 더는 미룰 수 없다. 2009년 좋은 투구내용에도 신인왕을 놓친 것도 결국에는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인자의 인생은 고달플 수 있다. '세상은 최고만을 기억한다'는 광고 카피도 있었다. 홍성흔은 "1위가 계속 바뀌는데 2위가 그대로라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인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악착 같이 한다. 2인자 아닌 2인자들이 프로야구를 더욱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최고만을 기억하는 광고 카피도 오래 전 낡은 것이다. 2인자들에 대한 시선도 이제는 달라졌다. 그래서 그들이 펼쳐나갈 2011시즌에 더욱 시선이 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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