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양성’으로 첫 스크린 도전장을 내민 강하늘의 상승세가 무섭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인 영화 ‘평양성’에 그 동안 충무로에서는 이름이 낯설었던 강하늘이 캐스팅됐을 때 그의 연기가 어느 정도일지 사실 짐작하기 어려웠고 사실 기대하는 이가 많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강하늘은 사실 뮤지컬계에서는 일찌감치 잔뼈가 굵은 연기자다. 화제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미' 등에 출연한 그는 신인배우에게는 어려운 동성애 연기를 뛰어난 감성 연기로 표현해냈다.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될 성싶은 나무"였지만 충무로 입성은 영화 ‘평양성’이 처음.
영화 ‘평양성’이 개봉한 이후 강하늘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연개소문의 아들들로 윤제문 류승룡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혀 뒤지지 않는 포스를 뽐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정치적인 의견의 차이로 인해서 형제애마저 무너져가는 형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막내아들을 연기하며 그 절절한 감성을 한 톤 누르며 형들을 중재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왕의 남자'로 이준기라는 걸출한 신예를 발굴해 낸 이준익 감독이 두 번째로 발굴한 무서운 신예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이 수줍은 청년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과찬이시다”라는 반응이다.
“그렇게 말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제가 그런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실 제 연기를 보고 너무 민망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요. 매 장면마다 부족한 것만 보이고 아직 제 스스로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하고 더 채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강하늘에 대해서 “오디션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1,2초 안에 감정이 정확히 이입돼서 그 인물로 정확하게 들어간다. 극중에서 성문을 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생전 처음 본 강하늘의 연기를 보고 무조건 오케이를 외쳤다. 21살짜리인데 대단한 배우이다. 100% 몇 년 이내로 크게 될 배우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양성’ 오디션을 봤을 때, 산속에서 윤제문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었어요. 윤제문 선배님이 성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었죠. 그 신의 오디션을 보면서도 촬영 현장에서도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어요. 그때 그 상황이 남산에게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시점이었죠.”
“두 형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남산이 이제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온 것이죠. 절박한 상황에서 다른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죠. 남산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고단하고 힘들까, 여러 생각들이 얼마나 꼬이고 꼬인 상황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인물에 공감이 쉽게 갔습니다.”
극중에서 첫째 형인 윤제문이 무릎을 꿇으며 “성문을 열라”고 할 때 어린 남산은 그런 형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삼켰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통에 국운과 형제들의 관계에 대해 자신이 이제 결단해야할 상황에서 오는 버거움과 자신의 결단이 옳은 판단인가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는 연기를 진정성 있게 살려냈다.
“눈물이 마르지가 않았어요. 계속 그 인물과 상황에 몰입을 하다 보니 눈물이 저절로 나왔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눈물이 많이 난다는 게 과한 표현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 표현 안에서 조금만 숨기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죠. ‘너무 그 안에 빠져들면 안 돼’ ‘삼키자’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했습니다.”
"협상은 항복"이라며 평양성 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고 고구려를 끝까지 지키려는 둘째 형 남건에게 칼을 겨누며 “성문 열라”고 말할 때의 남산은 고뇌의 흔적을 애써 지워버리며 다부진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
“그 신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남산이라는 캐릭터가 잘 이어져가지만 띄엄띄엄 보여서 특정한 부분이 아니면 흐름이 잘 안 보이는 역할이기도 하죠. 그걸 어떻게 풀어야할까, 고민했어요. 남산이 아무리 침착한 인물이라고 해도 그 부분에서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야 그 동안 쌓아왔던 감정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남산이 소리를 질러요. 마지막 대사를 하기 전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싶었죠.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고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보게 됐습니다.”
거장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작업은 어땠을까. 이준익 감독은 강하늘 이광수와 무대 인사를 돌며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 친구가 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감독님은 너무 열려 있는 분입니다. 사실 제가 제 생각을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너무 대단하고 좋은 감사한 분입니다. 촬영을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남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하게 됐죠. 다른 분들이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는데 감독님은 소통을 해주셨어요. 소통에 열려 있다는 것이 이준익 감독님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나이가 어리고 많고를 떠나서 한 작품에 모두 함께 하는 ‘가족’으로 봐주세요. 감독님이 친구가 됐다고 하시는 말씀은 서로 생각이 잘 통하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강하늘은 앞으로 영화, 드라마 다방면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바빠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처음 시작했던 ‘무대’를 끝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초심을 생각해서 그러한 각오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기 예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무대가 자신이 연기자의 길을 가는 초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무대 쪽을 놓지 않으면서 카메라 앞에서도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그 부분에서 저를 이해해주셔서 황정민 선배님과 같은 소속사에서 인연을 맺게 됐어요. 다른 분들 경우는 가끔 돈 안 되는 연극을 왜 하려고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정민 선배님께서는 제 생각을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주셨어요.”
“이준익 감독님도 무대를 놓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 시간 이상 끌고 가는 긴 호흡을 할 줄 알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무대 위에서 공연을 계속하라고 하셨어요. 무대 위에서 나오는 게 연기이고 영화라서 저에게는 어떤 매체에서 어떤 연기를 하든지 무대와 계속 함께 하고 싶습니다.”
crystal@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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