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32, 라쿠텐 투수)은 지난 1999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 2001, 2004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전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가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한 것과 비교하면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김병현의 마음 한 켠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었다. 흔히 투수는 '마운드 위의 고독한 승부사'라고 표현한다. 타국에서 고군분투했던 '투수' 김병현에게 외로움은 더욱 크게 느껴졌을 듯 했다. 기자는 5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구메지마 야구장에서 만난 김병현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3년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는데 반드시 이루고 싶은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병현은 "투수는 안타 또는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삼진으로 처리하든 맞춰 잡든 타자를 아웃시키고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인데 내 공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으면 뭔가 깊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몇년간 혼자 고민했다. 옆에서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이론적으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몸이 안 움직였다. 그걸 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에게 '언론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에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야구를 떠나 이곳에 와서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소수이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힘든 점도 많다. 한국에서도 야구를 떠나 분명히 소수의 고통이 있다고 본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 해줘야 한다. 특히 타국에서 일하는 소수들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외로움. 김병현이 일본 무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3년간의 공백을 딛고 마운드에 돌아온 김병현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의 곁에는 현역 복귀를 위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 아내 한경민 씨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있다.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에게 더 이상 고군분투는 없다. 천군만마를 얻는 그가 일본 무대를 평정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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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구메지마(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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