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로 만들겠다". 얼마 전 프로축구연맹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정몽규 총재의 취임사다.
정몽규 총재의 말처럼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는 K리그가 아니라 프로야구다. 확실히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K리그보다는 프로야구에 있다. 지난해 TV 중계 횟수만 보더라도 K리그는 프로야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시즌 부산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전날축구 경기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날 축구 경기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시즌 중에 취재를 위해 택시를 타고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가달라고 하면 야구장에 가는지 묻는 기사들이 대다수였다.
지난 시즌 부산의 K리그 17경기 평균 관중은 4275명으로 15개 구단 중 13위였다. 부산이 인구수 360만 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저조한 수치였다. 그렇다면 야구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1998년 부산은 평균 관중 2만 6995명을 동원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많은 팀이었다. 당시 구덕 경기장은 구름 관중으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부산 축구단이 인기가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를 뽑자면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와 함께 저조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부산에는 안정환과 우성용이라는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지난해의 부산에는 한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성적도 리그 중간 정도인 8위였다. 적극적인 투자가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영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스타 플레이어가 없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내는 것이기 때문.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특히 축구는 11명이 뛰는 종목이라 한두 명의 뛰어난 선수 영입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성적은 경영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관중 동원으로 티켓 판매와 유니폼 판매 등으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 부산에 함께 연고를 둔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는 홍성흔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 영입 등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성적이 나와야 인기가 따르기 때문이다. 농구의 경우를 보면 부산 KT는 시즌 초반만 해도 관중이 많지 않았지만 KT가 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를 질주하자 그에 맞춰 관중도 늘어나 구름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성적이 관중 동원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리그 전체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즉 투자를 하는 구단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 다른 구단들도 투자를 해서 따라오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리그 전체가 질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말이었다.
부산은 이번 시즌 새 사령탑으로 안익수 감독을 선임했다. 안익수 감독은 능력있는 지도자로 부산의 선택은 매우 훌륭했다. 사령탑에 제대로 된 인물을 앉혔으니 이제는 적극적인 투자로 그의 능력을 뒷받침해줄 차례다. 성적만 나온다면 부산 아이파크도 롯데 자이언츠 못지 않은 인기 구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말이 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말이다.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 총재가 프로축구연맹의 수장이 됐으니 이제는 부산에서부터 K리그붐을 일으켜 대한민국 전체로 이어갔으면 한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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