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주의 야구 36.5]엔씨소프트의 야구계 진출에 따른 3가지 의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2.09 10: 17

"결과 나왔어요? 어떻게 됐어요?"
9구단 우선 협상 기업이 엔씨소프트로 결정된 직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해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한 현역 선수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습니다. 신규 구단 창단 심의 결과가 야구계에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8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011년 2차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9구단 우선협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이제 엔씨소프트가 할 일은 야구발전기금(50억원 이상)과 가입금(100억원)을 내고, 착실하게 선수단을 구성하면 됩니다. 엔씨소프트가 어엿한 9구단 주인으로서 프로야구단의 일원으로 합류할 날이 가시화 된 셈입니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 주인이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시각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게임 및 IT 업계는 이번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진출을 상당히 의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야구는 재벌들만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수준인 엔씨소프트의 야구계 진출로 게임 산업도 전체적으로 한단계 레벨 업이 이뤄졌다. 내심 다들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솔직히 어떤 식으로든 재벌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반색했습니다. 다시 말해 '리니지'로만 알려졌던 엔씨소프트의 야구계 진출은 게임 산업 전반의 인식을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격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입니다.
 
또 하나는 10구단 창단의 발판을 다졌습니다. 사실 이날 KBO 이사회의 심의 결과에는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신규 구단이 창단에 나설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통과시킨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창단하는 구단은 모기업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유동비율 150% 이상과 부채비율 200% 이하를 기준으로 하였다. 모기업은 자기자본 순이익율이 10% 이상이거나 또는 당기 순이익이 1000억원 이상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하였다. 모기업의 신설구단 지원계획의 적정성과 오너의 구단주 취임을 충족하여야 하며, 자금 조달 및 자금운영 계획의 적정성, 야구발전 기여 계획, 보호지역의 전용구장 확보와 신청 법인에 대한 보호지역 주민의 여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을 창단 기준으로 삼았다'.
엔씨소프트는 2009년 기준으로 유동비율 341%, 부채비율 34.1%였습니다. 자기자본 순이익율은 29.1%였고 당기순이익은 1800억원대였습니다. 이를 모두 충족시킨 엔씨소프트는 자연스럽게 신생팀 창단이 가능해진 겁니다. 곧 엔씨소프트 외에도 이 가이드라인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야구단 창단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최소 150억원이 훌쩍 넘는 구단 가입 조건과 인구수 100만 명 이상'이라는 연고지 조건도 수반되지만 막연하던 구단 창단 조건을 구체화했다는 점은 분명 작은 일이 아닙니다. 이는 곧 10구단이 언제든 마음 먹고 창단을 준비할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상상과 실제의 접점이 마련됐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야구단은 물론 선수까지 조종이 가능합니다. 잘되지 않으면 리셋 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습니다. 또 언제 어느 때든 선수들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야구단은 당장 선수단 구성부터가 만만치 않습니다. 선수를 수급하는 것 조차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단들의 협조와 양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KBO는 규약에 '신생구단이 창단하면 2년 동안 신인선수 2명에 대한 우선 지명권을 받고 각 구단 보호선수(20명)를 제외한 1명씩을 데려올 수 있다. 또 2년간은 외국인 선수를 3명 등록해 2명을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다. 여기에 1군 엔트리 등록 인원도 다른 팀보다 1명 더 늘릴 수 있다'고 정해놓았습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스포츠 비즈니스를 전혀 해보지 않아 컨설팅 업체에 의뢰를 한 상태"라고 인정하면서도 "IT업체 답게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야구가 창단과정에서 좋지 않게 비춰져 아쉽다"면서도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새로운 여가 놀이 문화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 예로 경기장에서 누구나 곧바로 선수들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음료를 주문한다거나, 그라운드 혹은 덕아웃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 구속을 타석에 서서 직접 체감하게 하거나 도루에 필요한 리드폭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지 직접 필드에 서보게 하는 것들입니다.
과연 온라인에만 집중했던 엔씨소프트가 실제와의 간극을 얼마나 줄여 야구단을 운영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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