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30주년을 맞은 2011시즌 개막에 앞서 큰 선물을 받았다. 제9구단 창단을 희망한 인터넷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가 8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창원을 연고로 한 9구단 창단 우선 협상자로 결정됐다.
창단까지 총회 통과가 남아있다. 그러나 KBO가 지난 1월 이사회 유보 결정 후 한달 정도 시간을 들여 마련한 신생구단 창단 3가지 기준을 엔씨소프트가 모두 통과한 만큼 총회에서 통과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8일 한국야구에는 축제날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물론 초중고교 선수들과 학부모, 취업 전선에 뛰어 들어야 하는 대학 선수들, 여기에 김인식 전 WBC 감독, 김성근 SK 감독 등 야구계 원로들까지도 박수를 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야구팬 모두가 축하하고 박수를 치는 순간 단 한 사람, 아니 한 구단 관계자는 분을 참지 못했다.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이다.
장 사장은 8일 KBO 이사회에 롯데를 대표해 참석했다. 두 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회의 마지막 순간 장 사장은 이사회 참석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롯데 장병수 사장은 8개구단 사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창원시를 연고로 한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을 거부했다.
롯데의 반대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KBO와 창원시가 신규 프로야구단 유치 업무 협약식를 작성하기도 전인 10월 21일 "창원시의 제9구단 창단과 관련해 양해각서 체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낸다"고 발 빠른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 사장은 이후 수 차례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운영에 부적합하다는 뜻을 반복했다. 1월 이사회에서 9구단 창단 승인 발표가 유보된 것도 롯데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KBO를 비롯한 나머지 구단들, 그리고 야구인들과 야구팬들까지도 롯데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러나 8일 KBO가 엔씨소프트에게 우선 협상권을 부여하며 사실상 9구단 창단을 승인하자 장병수 사장은 곧바로 "부실구단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KBO에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모두에게 축제였지만 롯데에게는 축하인사 대신 부실을 운운하는 말만 남겼다.
장 사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폈다. 그는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야구단 운영이 만만하지 않다는 말과 함께 지난해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가 120만명의 관중이 입장했지만 매년 120억원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이유였다. 엔씨소프트는 대기업도 아니며 야구단 운영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역시 야구단 운영에 매년 수백억원이 들고, 50억원 이상이 예상되는 창단 가입금, 여기에 혹시 모를 5년내에 상실 또는 매각, 증여, 영업양도 등 경영권 상실을 대비해 현금 100억의 예치금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기꺼이 낼 뜻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는 또 IT 지식을 야구단 운영에 접목시켜 기존 구단과는 다른 형태의 야구단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미국과 일본의 IT 야구단인 시애틀 매리너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방문해 야구단 운영과 경기장 시설 등을 살펴봤다.
누구든지 경험이 없으면 서툴고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각계전문가들을 통해 충분한 자문을 얻어 위험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야구단 운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의 경계와 우려하는 부분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시작도 전부터 부실을 운운하는 모습은 '통큰'상품을 파는 롯데답지 않은 모습이다. 참고로 엔씨소프트는 2009년 기준 63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비재 산업이 아닌 지식 집약 산업이기에 엔씨소프트의 수익률은 매우 높다. 롯데의 지나친 우려보다 따뜻한 조언이 한국야구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