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내용의 경기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부진했다고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조광래호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경기장서 열린 터키와 친선경기서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과 비교했을 때 골격은 같았지만 구성은 달랐다. 최전방에서 지동원이 버티고 있는 것은 같았지만 다음부터 모두 달랐다. 좌우 측면에는 박지성과 이청용이 아닌 구자철과 남태희, 처진 스트라이커에는 구자철 대신 박주영이 투입됐다. 또한 수비에서는 좌우 풀백에 홍철과 홍정호가 기용됐다.
그래서일까? 낯선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는 보는 이들에게도 낯설었다. 게다가 터키는 홈 경기의 이점을 살려 초반부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초반 실점을 하지 않고 끝까지 잘 버텼다는 점에 칭찬을 하고 싶을 정도다.
한국은 후반 15분 엠레 뵐레졸루가 보복성 파울로 인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며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좀처럼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일단 기본적인 조직력이 맞지 않았기 때문. 박지성과 이영표의 은퇴, 그에 따른 세대 교체의 영향 탓이었다.
사실 이번 A매치는 일정상 무리가 있었다. 아시안컵이 끝난 지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수들은 중동과 터키를 오갔다. 국내 선수들은 시차 적응에 애를 먹었고, 유럽파 선수들은 그 사이에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고 왔다.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력을 다지기에 시간이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지난 5일 인천공항서 선수단을 소집해 바로 터키로 이동했다. 기존 선수들로 구성됐더라면 조직력을 다질 필요가 없었겠지만, 공격진은 지동원을 빼고 모두 바뀌었다. 구자철의 경우 아시안컵서 뛰던 처진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이번 경기로 조광래호의 세대 교체가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시간적인 여유다. 박지성과 이영표라는 '두 기둥'의 공백을 메우려면 그들의 대체 선수 발굴 만큼이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번 경기는 한국에게 아쉬움만 남는 경기였다. 새롭게 기용된 남태희와 홍철의 가능성은 살펴 볼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기대한 것들은 나오지 못했다. 이날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이긴 했지만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진 다음 A매치를 치렀다면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sports_narcotic@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