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등록이요?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습니다. 야구부터 먼저 잘 해야지요".
만년 유망주의 틀을 완전히 깨기 위해 다시 한 번 달린다. '이블 성열' 이성열(27. 두산 베어스)이 2011시즌 더 나은 활약을 향해 눈빛을 반짝였다.

2003년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LG에 2차 1순위로 입단하며 장타력을 갖춘 대형 포수로 주목받았던 이성열. 그러나 그는 LG 시절 가능성만을 비춘 채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2할5푼 미만의 타율과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어이없는 삼진으로 숨죽여야 했던 타자가 바로 이성열이었다.
2008년 6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 둥지를 튼 이성열은 한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2군이 익숙했던 2009년에는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위기까지 맞은 그였으나 시즌 막판 1군서 터뜨린 생애 첫 그라운드 홈런으로 마음을 다잡았고 지난 시즌에는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6번 타순을 꿰찼다.
물론 136개(2위)의 삼진을 당하며 약점을 완전히 상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20홈런 타자가 되었다는 점과 득점권 상황서 2할7푼6리 58타점을 올렸다는 점은 분명 그가 성장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 야구에 일말의 자신감을 갖게 된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지난해에도 못하면 야구를 그만두게 되어도 할 말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난해 포수로 등록되었으나 우익수로 자주 나섰던 이성열의 올 시즌 등록 포지션은 외야수다. 발은 빠르지만 낙구 지점 포착이 느려 수비력이 좋은 편은 아닌 이성열이 다시 한 번 잠실 안방 20홈런 외야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가능성을 시험받는 한 해다.
"포수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쓰기보다 지금은 외야수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야구 선수니까 야구부터 잘해야되요". 정상급 수비력과 선구안을 자랑하는 임재철과 빠른 발, 작전수행능력을 갖춘 정수빈과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만큼 이성열은 '야구를 잘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찬찬히 살펴보면 이성열은 장점도 많은 선수다.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큰 부상을 여간해서 당하지 않는 좋은 몸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또한 2베이스 이상 가는 주루에 있어서는 그 또한 팀 내 정상급 주력을 자랑한다. "(이)성열이도 베이스러닝을 자신의 무기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분명 팀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경문 감독의 조언이 이를 증명한다.
고향집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에게 전해지는 지원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이성열. 풀타임리거로서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발견한 동시에 주전으로서 경험까지 쌓은 이성열이 2011시즌 자신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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