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에이스다. 그러나 때로는 에이스답지 않다. 쉬어도 될 상황에도 배트보이를 자처하며 부지런히 그라운드 구석 구석을 움직인다. 버려진 배트를 잽싸게 낚아채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여유를 부릴 법하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뛰어다닌다. 에이스지만 에이스답지 않은 모습. 한화가 최고로 자랑하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은 바로 그런 선수다.
한화의 스프링캠프장이 차려진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지널 파크. 훈련장에서 류현진은 한 눈에 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명성과 함께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절대 요령을 피우는 법이 없다. 가장 크게 목소리를 높여가며 선후배들의 훈련을 독려한다. 스타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류현진을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도 흐뭇하다. 한대화 감독은 "걱정할 게 전혀 없다"고 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도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류현진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가 걱정이다.
류현진은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주 불펜 피칭 100개를 소화했고, 이번주에도 80개를 던지며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하와이 전지훈련이 시작된지 한 달이 되어가면서 군살도 많이 빠졌다. 러닝부터 시작해 열심히 훈련을 소화해낸 덕분이다. 류현진은 "훈련량이 많지만 문제없다. 오히려 작년보다 몸 컨디션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이제는 말끔히 털어낸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과욕을 부릴 생각은 절대 없다. 특히 기록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류현진은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기록에 많이 신경 쓰다 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올해는 오히려 기록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최연소 1000탈삼진이 가시권에 있지만 "때가 되면 다 이뤄지지 않겠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히려 류현진은 기본으로 돌아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러닝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기본을 지키는 것과 같다. 류현진은 "투수에게는 러닝이 중요하다. 러닝의 가장 큰 효과는 체력이다. 특히 하체 힘이 좋아진다. 러닝을 많이 하면 부상도 방지된다"며 '러닝 예찬론'을 펼쳤다. 러닝뿐만 아니라 웨이트에도 신경 쓴다. 정규훈련 마감 뒤 저녁식사 전까지 숙소 인근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쪼개서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또 하나의 기본도 언급했다. 류현진은 투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주저하지 않고 제구력을 꼽았다. "투수는 누가 뭐래도 제구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제구력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초등학교 코치님부터 아버지까지 제구를 그렇게 많이 강조하셨다. '홈런을 맞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들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제구가 먼저라는 생각"이라는 게 류현진의 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를 잡지 않았다. 수치적인 목표는 류현진 스스로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는 언제나처럼 "매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생각뿐이다. 기록에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것도 결국 기본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마음을 비우며 '기본주의'를 외치고 있는 괴물 에이스의 2011년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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