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리, "라쿠텐서 데릭 리와 패키지 러브콜 받았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2.11 07: 32

"사실 지난 가을 라쿠텐으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았다. 조건은 내 아들 데릭 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신생 구단 엔씨소프트 사령탑 후보로 급부상한 레온 리(59, 전 오릭스 버팔로스 감독)가 지난해 10월 초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레온 리는 지난 9일 밤 서울 모 호텔에서 OSEN과 만나 "한국의 신생팀 감독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며 "내가 감독이 된다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들 데릭 리(36)를 데려오겠다"고 공언해 야구팬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데릭 리는 레온 리의 친아들로 메이저리그 통산 15년 동안 1829경기에 출장 2할8푼2리의 타율에 1843안타 312홈런 1019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오른손 강타자다. 만약 그가 한국야구에 진출할 경우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야구팬과 관계자들로부터 '설마 데릭 리가 한국에 오겠어', '연봉이 얼만데'라는 의구심만 자아냈다. 그러나 레온 리의 발언은 단순한 희망사항도, 언론에 관심 끌기를 위한 것도 수단도 아니었다.
레온 리는 "사실 라쿠텐으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전제 조건으로 내 아들 데릭 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라쿠텐은 '핵잠수함' 김병현이 지난달 계약한 팀으로 '지한파'로 알려진 호시노 감독이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지휘봉을 잡았다. 레온 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이던 아들(데릭 리)이 내게 '아버지 혹시 일본 구단으로부터 연락 온 것 없었냐'고 물어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데릭 리는 애틀랜타를 취재하는 일본인 기자들을 통해서 소문을 들었다.
호시노 감독이 일본 언론 <스포츠닛폰>을 통해 라쿠텐 차기사령탑 후보로 보도된 시점이 지난해 9월 30일이었던 만큼 이후 라쿠텐 관계자가 레온 리에게 접촉했다. 레온 리는 "당시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아들에게 이야기했고, 며칠 뒤 라쿠텐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나에게 감독을 맡을 의향을 물은 뒤, 만약 감독을 하게 된다면 아들(데릭 리)도 함께 데려올 수 있냐고 제안했다"고 대답했다.
데릭 리는 얼마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기간 1년 725만 달러(약 80억 원)에 사인했지만 그때만 해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어서 새로운 소속팀을 찾고 있었다. 레온 리는 아들에게 일본에서 너랑 같이 올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데릭 리는 흔쾌히 "나는 좋다.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라쿠텐은 호시노와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10월 5일 '호시노 내정' 소문이 흘러나왔고, 10월 21일 최종 발표를 했다. 이 때문에 레온 리는 아들과 함께 라쿠텐에 가지 못했다. 레온 리는 "사실 데릭 리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3년 정도는 더 뛸 것으로 보인다. 아들(데릭 리)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라며 "아마도 400홈런 정도 기록하면 나 역시도 부담 없이 아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레온 리가 감독으로서 능력이 어느 정도일까. 만약 한국 프로팀을 맡는다고 가정해보면 미국 출신인 그가 동양 야구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사실 레온 리는 동양 야구에 매우 친숙하다. 그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 10년 동안 일본 롯데, 요코하마, 아쿠르트에서 뛰었다. 1990년대 말에는 시카고 컵스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로 활동했고, 2002년에는 일본 오릭스 타격 코치로 부임한 뒤 2003년 오릭스 감독까지 맡았다. 리의 탁월한 타격 지도력 덕분에 시즌 초 팀 타율이 2할3푼에 그쳤지만 시즌 막판에는 2할8푼까지 솟았다. 그러나 당시 선발 투수 4명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한꺼번에 빠지는 바람에 마운드에 구멍이 생겨 손도 써보지 못하고 48승 88패 4무승부라는 성적을 남겼다. 레온 리는 2004년에는 뉴욕 메츠 산하 싱글A인 브루클린 사이클론스 감독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레온 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으로 선수들을 보는 안목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오릭스 감독 시절 팀 타율을 급격히 끌어 올렸다는 점, 여기에 풍부한 메이저리그 인맥을 통해 올스타급 코칭 스태프와 외국인 선수를 꾸릴 수 있다. 신생 구단으로 첫 발을 내딛는 엔씨소프트로서는 이보다 더 큰 흥행카드를 찾기 힘들다.
엔씨소프트 윤진원 홍보팀장은 10일 오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역시 감독 자리를 놓고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엔씨소프트가 레온 리에게 러브콜을 보낼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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