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부자지간' 레온 리-최희섭의 깜짝 통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2.11 10: 31

"희섭 초이. 잘 지내? 할아버지야(Hee Seop Choi. How are you? This is your grandfather)"
'빅초이'최희섭(32. KIA 타이거즈) 12년 전 자신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게 한 레온 리(59) 전 스카우트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며 기뻐했습니다.
레온 리는 주)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대표이사 박정근 호서대교수)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해외취업연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11일 오전 마산 용마고에서 있을 트라이 아웃 선수 선발 차 9년 만에 방한했습니다.

지난 9일 늦은 밤 서울에 있는 모 호텔에서 OSEN과 만난 레온 리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직후였기에 많이 피곤해 보였습니다. 시차도 있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30분 정도 인터뷰를 계획하고 레온 리를 만났는데요.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눠 미안했습니다.
레온 리는 지난 1999년 3월 고려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최희섭에게 120만 달러(약 13억원)를 배팅해 그를 2002년 메이저리거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에서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 될 때 반대 급부가 레온 리의 아들인 데릭 리였습니다. 둘 다 1루수였기에 데릭 리는 한국 팬들에게는 애증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고 말한 레온 리는 "나의 손자 빅초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가장 먼저 물었습니다. 같은 핏줄은 아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희섭의 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최희섭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최희섭'을 검색해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때 시각이 밤 10시를 넘겼습니다. 다행히 최희섭이 야간 훈련까지 마치고 방에 있을 것 같았지만 해외에서 스케줄은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레온 리에게 미리 전달했습니다.
"여보세요". 훈련에 지친 목소리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최희섭 선수. 잠시만요. 정말 반가워 하실 분을 바꿔드리겠습니다".
"희섭 초이. 잘 지내? 할아버지야(Hee Seup Choi. How are you? This is your grandfather)". 얼마 전에 결혼 했다는 이야기 들었어. 조금 있으면 아기도 태어난다면서(웃음)"….
이렇게 최희섭과 레온 리의 통화는 10분 넘게 지속 됐습니다. 해외 로밍이기에 전화비 장난 아니게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희섭의 목소리를 들으며 너무 기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는 레온 리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한국에 있었으면 만났을 텐데 아쉽다. 너 연락처는 받아 놓을 테니 연락하자. 올해도 몸 건강하고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 드디어 둘 사이에 대화가 종료됐습니다.
"반가운 사람 맞죠?"라고 묻자 최희섭은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정말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다. 오랜만에 한국에 오셨는데 얼굴도 보지 못해서 아쉽다"며 아쉽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레온 리는 할아버지라고 했는데, 최희섭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건 뭔가요.)
전화를 끊기 전 최희섭은 제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부탁 하나만 하자"고 그랬습니다. "뭔데요?". 최희섭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결혼식 사진 좀 레온 리에게 보여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모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최희섭'을 검색했습니다. 결혼식 사진을 본 레온 리는 "와우. 빅 초이. 신부가 아기 같다. 정말 예쁘다. 둘이 잘 어울린다"며 최희섭과 아내 김유미씨를 축복했습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