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의 바통을 이어받을 2선발로서 가능성은 충분한 투수다. 두산 베어스가 새롭게 영입한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라몬 라미레즈(29)가 그 주인공이다.
두산은 지난 10일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우완 라미레즈와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2000년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운 뒤 2008년 신시내티서 데뷔해 2시즌 16경기 1승 1패 평균 자채점 2.97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이제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던 라미레즈는 평균 140km대 중반의 직구를 구사한다. 볼 빠르기는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압도적인 편이 아니지만 변화구 구사력, 특히 서클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다. 투구 패턴에 있어 라미레즈는 직구와 서클 체인지업을 1-1 빈도로 구사하며 타이밍을 뺏는 모습을 보였고 경기 내용도 성공적이었다.
첫 메이저리그 시절이던 2008시즌 신시내티서 라미레즈는 5경기(4경기 선발)에 등판해 27이닝 동안 2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싱커-슬라이더 등의 빈도는 낮았던 반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주저없이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해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 A 루이빌 배츠에서도 뛰었던 라미레즈는 19경기(15경기 선발)서 4승 5패 평균 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99이닝을 던지며 그가 기록한 탈삼진 갯수는 무려 93개. 그 해 루이빌서 174이닝 동안 95개의 삼진을 뽑아낸 애덤 패티존에 이어 누적 수치 2위를 기록했으며 9이닝 당 탈삼진 기록은 8.43에 달했다.
신시내티 구단에서도 2008년 라미레즈를 돌아보며 "팀 리빌딩의 선두주자로 꼽을 만한 선수"라며 높게 평가했던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초 투구 밸런스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WBC까지 출장하며 팀 내 눈총을 받았고 결국 2009년 9월 신시내티 방출, 탬파베이 이적 후 연이어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구 패턴만 살펴보면 지난해 14승으로 에이스 노릇을 한 켈빈 히메네스(라쿠텐)보다 4시즌 49승으로 공헌했던 맷 랜들(2005~2008시즌)의 모습과 비슷하다. 랜들 또한 직구 평균 구속이 라미레즈와 비슷했던 반면 스트라이크 존 좌우 공략과 서클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다니엘 리오스와 함께 원투펀치 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지난해 보스턴 트리플 A 포터킷 레드삭스에서 28경기(선발 13경기) 5승 5패 평균 자책점 4.92(피홈런 16개)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일말의 불안 요인. 특히 포터킷이 속한 인터내셔널 리그가 서부지구인 퍼시픽 코스트리그에 비해 대단한 투수 지향적 리그임을 감안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구단 측은 "포터킷이 미국 트리플 A 구장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한다. 이를 감안하면 너무 나쁘게만 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자신감을 비췄다. 이는 가장 최근 등판 기회인 베네수엘라 리그서 9경기 3승 1패 평균 자책점 2.47로 호투한 데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관계자는 "스카우트진은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들도 그의 투구 영상을 보고 '후보들 중 가장 낫다'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경기 내용을 봤을 때도 제구력이 평균 이상이었다는 것이 팀 내 중론.
서클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은 라미레즈는 최근 들어 싱킹 패스트볼의 빈도를 높이며 땅볼 유도형 투수로 변신을 꾀하다 두산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과연 그는 "외국인 투수라면 기본적으로 한 시즌 10승 이상은 해줘야 하지 않는가"라는 김경문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는 2선발이 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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