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16년 차의 배우 박용우(40). 1997년 첫 스크린 데뷔작 ‘올가미’에서 주연배우로 ‘빵’ 떴고, 그 후 15여 편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단 한번도 연기력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 없을 만큼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지만, 정작 자신의 배우 인생은 ‘상처투성이’라고 표현하는 남자다.
박용우가 이번에는 국민적인 사건이었던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실화극 ‘아이들...’로 돌아왔다. 1991년 3월, 뒷산에 도롱뇽을 잡으러 집을 나선 다섯 명의 대구 초등학생이 사라진 일명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 역을 맡았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영화 속 강지승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같은 인물이다. 영화의 색깔을 입히고,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셈이다.

박용우는 어떤 작품도 그렇겠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처음 해봤다는 박용우는 “개인적으로 배우는 연기를 할 뿐이고, 정치적인 잣대나 사회적인 것을 저울질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회적인 큰 사안(아동범죄나 공소시효 만료 등)을 바로 잡고자 하는 작품이다. 나 역시 그런 것에 갈등이 있다가 영화 ‘아이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정이입의 폭도 넓어졌다. “배우는 연기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진행하다보니 묘한 감정이 들더라. 나는 아직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지만, 작품 속에서 아이를 낳으면서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부모들을 마음을 100분의 1이라도 이해하게 됐다. 내가 이 정돈데 실제 부모는 어땠을까 싶다.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면서 ‘내가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겠구나’ 싶어 두려움과 걱정도 컸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영화를 찍었지만, 그의 바람은 하나다. 바로 “잊혀 가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는 것.
“최근 아이들이 너무 좋아졌다. 아동범죄에 대해 사실 그 전까지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나마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위기에 처하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그 감정을 감당할 수가 없더라. 이 영화가 잘돼서 아동범죄나 아동범죄에 따른 공소시효 문제 등을 사회적인 고민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100분토론’ 등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고민의 세기만큼 배우로서 박용우의 깊이도 깊어지는 듯 했다. 지난 16년의 연기생활을 돌아보며 그는 지난 시간을 “상처투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상처가 있기에 더욱 성숙하는 법. 박용우 역시 그랬다. “상처가 있기 때문에 성숙을 하는 거고, 당장 일 년 전과 비교해도 내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는 시험에만 들게 했으면 싶다.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상처 아닌가. 분명한 것은 16년 연기 생활을 하면서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 단계의 차이지, 분명 좋은 일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뎌낸 것이다.”
특히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한 살이 된 박용우는 40대 배우로서 가치관도 전했다. “나이라는 제한 때문에 포기해야 할 때 가끔 슬퍼진다. 아무도 날 불러주지 않았을 때 아쉬움과 간절히 원하지만 하지 못할 때 아직도 속상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포기할 부분은 해야하는 게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쓸쓸하다. 나는 여전히 작품과 내 역할에 배고프다.”
bongjy@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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