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온라인 문화가 가요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유튜브 및 온라인 이슈를 붙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며, 이는 음악 뿐 아니라 가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음악계가 온라인으로 인해 변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음반시장 붕괴. 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훅이 곡 초반에 배치되는 것이 주된 현상이었다. 불법 공유 및 디지털 싱글의 활황으로 음반을 잘 사지 않게 됐으며, 온라인에서 노래 초반 15초만 미리 들어보고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곡의 하이라이트를 초반부에 배치했던 것.

이에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음반 활동에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하고,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유튜브를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 후렴구는 쉬운 영어로
가장 특징적인 점은 노래의 훅을 영어로 채우고 있다는 것. 원래 댄스음악에는 영어 가사가 자주 등장했으나, 영어 가사의 위치는 주로 교포 멤버가 소화하는 영어 랩이었다. 그런데 이 영어 가사가 최근 신곡에서는 곡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해외 네티즌을 의식한 결과다.
한 가요관계자는 "한국에서 영어 가사의 위화감이 많이 사라진데다, 해외 네티즌이 훨씬 빠르게 곡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 훅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팬시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쉬운 영어 단어로 된 훅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유튜브에서 아주 빠른 피드백을 낳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더걸스의 '텔미'를 시작으로 '노바디', '소 핫',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소녀시대의 '지' 등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멀리 유럽, 남미까지 쉽게 받아들여졌다. 이제 신곡이 발매하자마자 하루 뒤면 지구 반대편에서 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해외 네티즌의 영상이 올라올 정도다. 유튜브 내 한국 가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이들의 구미를 반영한 영어 훅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 타이틀곡, 한 곡으론 모자라
더블 타이틀 전략은 이제 기본이 됐다. 앨범, 타이틀곡, 후속곡 등이 의미를 잃으면서, 애초에 두 곡을 동시에 홍보하는 전략도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2NE1이 무려 세 곡을 동시에 타이틀곡으로 삼고 음원차트 1~3위를 휩쓴데 이어 2AM도 다른 성격의 발라드 두 곡으로 큰 인기를 모은 것. 한 관계자는 "모니터 결과, 반응이 반반이어서 도저히 한 곡만 고를 수 없었다. 우선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응이 빠른 온라인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향후 주력할 곡을 발빠르게 선정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컴백한 엠블랙 역시 기존의 엠블랙 색깔과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두 곡을 더블 타이틀로 내걸었다. 보통 타이틀곡과 후속곡을 통해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어필하지만, 온라인 상의 빠른 이미지 소비로 이제 한번에 보여주겠다는 의도. 컴백을 앞둔 달마시안 역시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으로 두 곡의 타이틀곡을 선정하고 두 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달마시안은 티저 상태에서부터 두 곡을 교차편집하며, 네티즌에게 '좋아하는 곡을 골라 들을 것'을 권했다. 티저 단계에서부터 네티즌 반응이 쉽게 포착되고 있는 상태. 소속사 내부 모니터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생생한 시장 조사인 셈이다.
# 셀카와 인맥과시에 공들이기
온라인 문화에 발맞춰 매니저들에게는 필수품이 생겼다. 바로 스마트폰과 화질 좋은 디지털 카메라다. 힘을 잔뜩 주고 찍은 재킷 사진으로는 온라인 이슈를 만들어내기 역부족. 스타를 마치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듯한 '셀카' 및 '직찍'이 각광받으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려는 소속사의 마케팅도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레인보우가 지난 설 연휴 특집방송에서 싱크로나이즈 영상이 많이 잘려나간 채 방송되자, 11일 멤버들은 싱크로나이즈 풀 동영상을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바로 매니저가 찍은 것. 방송이 채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매니저가 직접 맡은 셈이다.
신곡 홍보 역시 셀카 등 독특한 사진이 훨씬 더 용이한 상황. 한 관계자는 "인터뷰 수 십번 하는 것보다, 수백만원 들여 재킷 찍는 것보다, '쌩얼'로 셀카를 한번 찍는 게 훨씬 더 화제가 되더라"고 신기해 했다. 실제로 트위터, 미니홈피 등을 통해 공개된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은 연출된 재킷 사진 등보다 훨씬 더 큰 호응을 얻어 '검색어 1위'의 지름길로 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맥 과시 전략도 추가됐다. 오랜 연습생 생활로 의외의 네트워크를 잘 다져준 아이돌 스타들은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올려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신인의 경우 이 전략은 필수적. 한 가요홍보 전문가는 "신곡이 나오면 방송국 대기실을 돌면서 카메라를 꺼내는 게 조만간 매우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드백이 빠른 온라인 문화. 단번에 세계로 뻗어나가는 유튜브와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슈로 만드는 온라인의 특징이 음악의 본질부터 프로모션 전략까지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이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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